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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벌이의 즐거움

신발에 미친 사람들 - '슈독(Shoedog)' in 나이키

 

 우연하게도 최근에 읽은 두권 모두 아웃도어 및 스포츠 의류 회사 창업자의 책이었다. 그러다 보니 나이키 창업자 필 나이츠의 자서전 '슈독(Shoedog)'은 '파타고니아, 파도가 칠 때는 서핑을(https://juneywoo.tistory.com/393)'과 어쩔 수 없이 비교가 되었다. 두 창업자의 창업 동기와 배경, 커리어는 완연히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다루는 제품(아웃도어 용품, 신발)에 미친 전문가들이었다는 점은 동일하다. 필 나이츠는 스탠포드대학에서 MBA를 마친 회계사 출신이지만 대학시절까지 육상 선수로 활동했다. 그의 대학 스승은 미국 국가대표 육상 감독이었던 바우어만이었다. 필 나이츠의 회계법인 상사이자 후에 나이키(Nike, 초기 회사 이름은 '블루 리본'이었다)에 합류하는 회계사 헤이즈는 항상 자금이 묶여 하루하루 아슬아슬하게 버텼던 블루 리본의 거의 유일한 경쟁력을 49%지분을 보유했던 공동 창업자 바우어만 코치의 상품 기획력이라고 생각했다. 필 나이츠와 바우어만 코치가 창업한 블루 리본에 불운하고 사회에서 거부당한 슈독(신발에 미친 사람들)이 모여 숱한 고난과 어려움을 뚫고 어떻게 나이키Nike를 사업 궤도에 올려 놓았는지를 자서전 형태로 적어간 책이다. 

 

 나이키Nike(구. 블루리본)의 초기 비즈니스 모델은 일본 오니쓰카의 러닝화를 떼어 미 서부 지역에 판매하는 것이었다. 어떻게 보면 신발 수입 유통상이었다고 할 수 있다. 필 나이츠나 '블루 리본'의 직원들은 오니쓰카(아식스Asics의 전신) 제품 이외 다른 제품을 유통하거나 자체 브랜드를 구축하려는 시도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오직 미국 시장의 선두를 달렸던 아디다스(Adidas)에 대항하여 자신들이 고안한 스포츠화가 시장에서 먹혀 들어가는 것에서 짜릿함을 느낀다. 그러다 오니쓰카가 블루리본 이외 다른 유통망을 확보하려고 시도하며, 심지어 블루리본에 적대적 M&A를 시도하자 결별을 준비해 나간다. 사실 자체 브랜드와 제조 공장 Sourcing도 시간에 쫒겨 급하게 추진 된다. 책 속에서는 이런 오니쓰카의 행동들에 필 나이츠와 블루 리본이 얼마나 위협을 느꼈는지, 생존을 걱정했는지 잘 나와 있다. 그러나 이런 일들이 없었다면 전 세계 어느 거리에서나 볼 수 있는 나이키Nike Logo - 스우시(swoosh)도 탄생하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드니, 역시 정말로 위기와 기회는 동시에 찾아오는 것인가 싶기도 하다.

블루리본 -> 나이키 로고 변천사/ 출처 : https://blog.logomyway.com/nike-logo/

 

 무역 및 수입 유통을 해 본 나로서, 필 나이츠가 일본에서 러닝화를 수입해 미 전역에 판매하기 위해 얼마나 자금 압박에 시달리면서 현금흐름에 조마조마 했는지 이해가 된다. 초기에 같이 사업을 확장해 나갈 때는 오니쓰카와의 관계도 '하하호호' 했겠지만, 어느 정도 자리잡고 나자 제조사인 오니쓰카가 수입 유통업체인 블루리본(나이키Nike)을 잡아 먹으려고 하거나 휘두르고 싶어하는 욕심을 드러냈을 때 얼마나 배신감이 느꼈을지도 납득이 되었다. ** 나 역시 종합상사에서 제품 유통할 때 항상 견제했던 일이기도 했다. ** 그러나 내가 보기에 나이키(Nike, 블루 리본)와 필 나이츠는 책에서 직접 언급하지 않은 한 가지 확고한 장점이 있었다. 이는 '제품'인데, 항상 블루 리본이 수입해서 판매했던 스포츠화는 인기가 폭발했고 매년 성장이 멈추지 않았다. 어쩌면 필 나이츠가 저렇게 자금 때문에 고민하는 것도 제품이 잘 팔리는데 이를 위한 자금회전 규모가 급격하게 커지는 데서 오는 스트레스였다고 할 수 있다. 대부분의 회사와 사람들은 제품이나 서비스가 호응이 없어 힘들지 너무 잘 나가서 고민인 경우는 흔치 않을 테니까... 

 나이키Nike가 한창 커 가던 1960~70년대 미국 은행은 보수적이어서 나이키의 성장에 따라 필요한 대출 자금을 충분히 제공해 주지 못했다. 그러던 차 일본 종합상사였던 니쇼(나중에 소지츠Sojitz가 된다고 한다)에서 해외공장 Sourcing과 무역 자금을 지원해 준다. 특히 1975년에는 뱅크 오브 켈리포니아가 블루리본에 거래 중단을 선언하고 계좌를 동결해 버려 부도 위기까지 몰리게 되자 니쇼에서 뱅크 오프 켈리포니아가 가진 블루리본의 채무를 청산해 준다. 이 이후 두 회사의 관계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말해 뭐하겠는가... 잠시 니쇼의 담당직원으로 감정이입을 해 보았다. 거래하는 업체가 나이키로 성장해 나간다고 상상해 보니... 얼마나 가슴이 뛰는지 모를 일이었다.

 약 530Page로 되어있는데, '파타고니아, 파도가 칠 때는 서핑을(https://juneywoo.tistory.com/393)'보다도 더 훨씬 술술 읽을 수 있는 책이다. 필 나이츠가 대학원 졸업 후 세계 여행을 떠나고 나이키(블루리본)을 창업한 뒤 IPO를 통해 안정화되기 전까지의 스토리가 넷플릭스 시리즈물처럼 흥미진진하다. 나이키에 평소 관심이 많았거나 스포츠 및 스포츠 산업에 관심이 있다면 2~3일만에도 읽을 수 있다. 세계 최고 브랜드 중 하나인 나이키의 창업자가 어떤 사람들과 어떤 생각을 하면서 회사를 키워왔는지, 실수와 실패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동양의 선과 불교에 대해 필 나이츠의 철학이 어떠한지에 대해서도 엿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