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밥벌이의 즐거움

규칙이 없는 것이 규칙 - 넷플릭스 'No rules Rules'


 넷플릭스의 인사 및 조직 문화를 정리해 놓은 '컬처 테크'라는 것이 있는데, 내용은 다음과 같다.

* 다른 회사와 똑같이 우리도 채용을 잘 하려고 애쓴다.
* 다른 회사와 다르게, 우리는 다음과 같은 원칙을 지킨다 - 적당한 성과를 내는 직원은 두둑한 퇴직금을 주고 내보낸다.
* 이제 그런 사람들은 두둑한 퇴직금을 받고 나갔다. 우리에겐 새로운 스타를 맞이할 자리가 생겼다.
매니저는 다음 '키퍼 테스트'를 활용하라.
부하직원이 다른 회사로 가서 비슷한 일을 하겠다고 한다면, 어떻게 해서든 그를 붙잡겠는가?
* 넷플릭스의 휴가 규정과 확인 절차 - "규정도 없고 확인도 하지 않는다."
복장 규정도 없지만, 벗고 출근하는 사람도 없다. 교훈 : 일일이 규정을 정할 필요가 없다.


 한편으로는 가혹하고 잔인하며, 한편으로는 자율적이고 효율적인 조직 문화, 넷플릭스가 이런 조직문화를 갖추게 된 배경과 적용하는데 발생했던 이런 저런 사연들을 정리해 놓은 책으로 넷플릭스의 창업자이자 CEO인 리드 헤이스팅스가 프랑스 대학 교수인 에린 마이어에게 제안하여 공동 집필하였다.


 쉽게 이해하자면, 넷플리스는 직원들을 프로 스포츠팀의 선수처럼 만들고 싶어한다. 고액의 연봉을 주고 고용하되, 성과가 높지 않으면 역시 높은 퇴직 보상금을 주고 내보내어 항상 조직을 최고의 인재로 밀도있게 채운다. 그렇게 조직 구성원을 최상의 상태로 유지하면 놀랄만큼 솔직하게 모든 이슈를 꺼내놓고 토의하는 문화, 휴가 규정 및 근태, 출장 및 경비 승인 등 통제의 제거가 가능해 지고 그래야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사람과 분위기로 넷플릭스를 채울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이런 조직 문화를 가지게 된 계기는 역설적으로 2001년 넷플릭스가 위기에 봉착해 직원들의 30%를 감원하고 나서였다고 CEO인 리드 헤이스팅스는 회고한다. 그 역시 회사 경영이 어려워져 직원들을 내보내게 된 상황을 매우 무겁게 받아들이고, 그 이후에 벌어질 사기 저하와 회사가 직원을 함부로 대한다고 여기는 것들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그 이후 오히려 사무실에 유능한 인재들이 남아 더욱 더 의욕을 가지고 일하며 인재 밀도가 높아지는 것을 확인한 후 조직 관리와 인사에 대한 관념을 완전히 바꾸게 된다. 즉, 최고의 인재 밀도를 유지하고 인재 밀도를 낮추는 직원은 후한 대접을 하고 내보내되, 보유하고 있는 인재들이 최고의 권한과 자율을 가지고 일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결국 성과와 숫자가 말하지만, 그랬기 때문에 넷플릭스는 오늘날 세계 최고의 인터넷 OTT서비스 업체이자, 미디어 제작사가 되었다고 자평하고 있다.


 앞서 구글이나 아마존의 기업 문화등을 읽으면서는 대부분 그들의 혁신적이고 효율적이며, 합리적인 조직 문화를 많이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넷플릭스의 경우는 쉽지 않았다. 어떤 회사나 어떤 조직이든 최고의 직원을 채용하고 육성하고 싶어한다. 그러나 기준에 미달하는 직원들을 내보내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회사는 별로 없을 것이다. 단순히 노동법의 문제 뿐만이 아니라 직원을 쉽게 내보내는 회사는 우수한 인재를 유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최근 IT혁신, 4차 산업혁명 등 갈수록 기업 조직에서 창의력을 요구하는 일들이 많아지고 있지만, 어쨌든 사업, 비즈니스는 운영이라는 것이 중요하다. 상당히, 오히려 대다수의 직원들은 매일 매일 창의적인 일을 하기보다 세부적인 분야의 전문성을 바탕으로한 반복적인 수행이 더 많다. 이런 일들을 하는 조직에 넷플릭스와 같은 조직문화를 접목시키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이런 반면, 혹은 이렇기 때문에 넷플릭스처럼 직원들에게 Full 권한과 자율을 주는 것도 쉽지 않다. 통제를 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리드 헤이스팅스 역시 이런 점을 잘 알고 있는 듯하다.


 산업혁명은 지난 300년 동안 세계 경제를 견인해 온 원동력이다. 대량 생산과 낮은 오류율에서 비롯된 경영 패러다임이 기업의 지배적인 조직 관행이 된 것도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다. 제조업은 변동성을 제거하는 것이 목표이기에, 경영이나 관리 방식도 대부분 이 점을 염두해 두고 설계되었다. 어떤 회사가 100만 회분의 페니실린이나 1만대의 동일한 자동차를 오류 없이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은 그들의 운영 방식이 놀라울 정도로 탁월하다는 증거다.


 산업 시대를 이끈 굴지의 회사들이 교향악단처럼 운영되어 동시성과 정밀성, 완벽한 조화를 목표로 삼은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교향악단이 제대로 돌아갈 수 있는 것은 악보와 지휘자, 즉 프로세스와 규정이 있기 때문이다. 요즘도 공장을 운영하거나 안전을 최우선 과제로 하는 환경을 조성하거나 직원들이 막중한 책임감으로 제품을 균일하게 생산하기 바란다면, R&P, 즉 교향곡을 연주하는 것 같은 운영방식이 맞다.
- 중략 -
산업 시대에도 광고회사처럼 창의적 사고가 성공의 동력인 분야가 있었다. 그들은 혼돈의 가장자리에서 기업을 운영했다. 물론 그런 조직들이 많지는 않았다. 그러나 지금처럼 지식재산권과 창의적 서비스가 성장의 기반이 되는 환경에서는 창의성과 혁신을 배양하는데 의존하는 경제의 비중이 훨씬 더 커졌고, 이 같은 추세는 앞으로 가속화될 것이다. 그런데도 대부분의 회사는 여전히 지난 300년동안 앞장서서 부를 창출해 온 산업혁명의 패러다임에 갖혀 있다.


 오늘 같은 정보 시대에 기업이나 팀은 더는 오류 예방이나 정확한 복제를 목표로 내세우지 않는다. 오히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창의성과 혁신이 속도 그리고 민첩성이다. 산업 시대의 목표는 변화를 최소화하는 것이었겠지만, 지금처럼 창의적인 시대에는 변화를 극대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무서운 위험은 오류를 예방하거나 일관성을 잃는 것이 아니라 최고의 인재를 끌어들이지 못하고 새로운 제품을 내놓지 못하며 환경이 바뀔 때 방향을 틀지 못하는 것이다. 일관성과 반복성은 회사에 이익을 가져오기는 커녕 참신한 생각을 억누를 가능성이 더 크다. 사소한 실수가 잦으면 고통스럽겠지만, 그래도 무언가를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실수는 혁신 사이클의 주요 부분이다. 이런 상황에서 R&P는 더 이상 정답이 아니다. 교향곡은 당신이 지향해야 할 목표가 아니다 지휘자와 악보에는 더 눈을 두지 말라. 그보다는 재즈 밴드를 결성하라.


 이런 식으로 조직을 운영하려는 움직임이 많아질 수 있겠다는 생각과 함께, 미국과 다른 노동환경의 우리나라에서 넷플릭스 방식이 통할지 의문이다. 프로 스포츠 선수가 된 것 같은 샐러리맨이 된다라... 고액 연봉에 짧은 수명을 언뜻 떠올릴 수 있을텐데, 그러려면 정말 많은 연봉을 받거나 넷플릭스 이후의 뭔가에 대해 그림이 그려져야 될 터이다. 어쨌든, 과거와 같은 제조 중심의 조직 운영에서 더 유연하고 낮은 통제의 수평적인 조직문화로 이행해 가는 것은 분명한데, 그 어느 끝단에 넷플릭스 같은 점도 있다는 것은 생각해 볼 만하지 않은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