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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벌이의 즐거움

아마존의 순서파괴 - 'Working Backwards'

지금까지 읽은 모든 경영 관련 서적 중에서 가장 유용하고 심지어 재미도 있었다. '지구상 가장 스마트한 기업 아마존의 유일한 성공 방식'이라는 소타이틀이 간지럽기는 하지만 아마존에서 오랜 기간 중역으로 근무한 두 저자가 상당히 자세하고 정성스럽게 자신의 경험과 아마존의 문화 및 성공, 몇몇 시행착오에 대해 기술한 책이다.

책은 크게 1부와 2부로 나뉜다. 1부에서는 아마존의 경영원칙과 그 경영원칙이 생겨난 배경, 활용 등에 대해서 적었고, 2부에서는 그러한 경영원칙을 바탕으로 사업을 일구어 성공한 케이스(킨들, 아마존프라임, 프라임비디오, 아마존웹서비스)를 기술하였다.

아마존의 기업 문화로 기술해 놓은 다섯가지가 있다. a) 바레이저프로세스  b) 싱글쓰레드리더십 c) 내러티브와 6-pager  d) 워킹 백워드, 고객 경험에서 시작하라 e) 아웃풋이 아닌 인풋을 관리하라. 이 중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아웃풋이 아닌 인풋을 관리하라'와 '워킹 백워드, 고객 경험에서 시작하라'였다. '내러티브와 6-pager'의 경우 예전 회사의 CEO 지시사항으로 도입을 하기는 했는데, 억지로 파워포인트를 쓰지 않으려고 노력할 뿐 그로 인해 사내 커뮤니케이션과 의사결정 속도의 향상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았던 것 같다. - 파워포인트 이쁘게 만들고 줄간격 조정하고 하는 불필요한 시간 낭비가 조금 줄어드는 효과는 있었다. - 파워포인트를 쓰든, 워드를 쓰든 중요한 것인 효율적으로 빠른 커뮤니케이션과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문화와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아마존의 리더십 원칙 14가지 중 나름 의미있다고 여겨지는 것들을 아래에 다시 옮겨 보았다. 대부분 회사들의 경영원칙은 좋은말만 가져다 놓은 경우가 많은데, 여기서는 원칙을 지키기 위해서 잃어버려야 할 것들에 대해서도 꽤 현실적으로 적어 놓은 것들이 있다.

 

1. 고객에 대한 집착 Customer Obsession

리더는 고객을 출발점으로 삼고 거꾸로 일을 수행한다.(워킹 백워드) 리더는 고객의 신뢰를 얻고 유지하는데 최선을 다한다. 경쟁자에게 주목해야 할 때라도 리더는 고객에게 지나칠 정도로 집착한다.

2. 주인의식 Ownership 리더는 주인이다.

리더는 장기적으로 생각하고, 단기적 결과를 위해 장기적 가치를 희생시키지 않는다. 리더는 자신의 팀을 뛰어넘어 회사 전체의 이익을 위해 행동한다. 리더는 절대 '그것은 내 일이 아니다.'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

3. 발명과 단순화 Invent and Simplify

리더는 자신의 팀에 혁신과 발명을 기대하고 요구한다. 그리고 항상 단순화할 방법을 찾는다. 리더는 외적으로 똑똑하고, 모든 곳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으며, '여기서는 안 된다'라는 말에 제약받지 않는다. 새로운 것을 수행할 때면 오랫동안 오해받을 수 있다는 점도 받아들인다.

4. 올바름 Are Right, A lot.

리더는 매우 올바른 사람이며 강한 판단력과 훌륭한 직감을 가진 사람이다. 다양한 관점을 탐색하고 자신의 믿음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하는데 머뭇거리지 않는다.

9. 행동 우선시하기 Bias for Action

비즈니스에서는 속도가 중요하다. 많은 결정과 행동은 되돌릴 수 있기에 대단한 연구가 필요하지 않다. 우리는 '리스크의 계획적 수용'에 가치를 둔다. 

10. 절약하기 Frugality

더 적은 것으로 더 많은 것을 성취한다. 제약 조건은 지략과 자급자족, 즉 발명을 촉진한다. 인력 규모나 예산 규모, 혹은 고정 지출 규모를 늘려봤자 추가로 얻을 수 있는 것은 없다.

11. 신뢰 얻기 Earn Trust

리더는 경청하고, 솔직하게 말하며, 타인을 존중한다. 리더는 곤란하거나 당황스러울 때라도 소리 높여 자기를 비판한다. 리더는 자신과 팀원들의 몸에 나는 악취를 향기라고 믿지 않는다. 리더는 자기 자신과 팀원들을 최고와 비교 평가한다.

13. 기개 지키기 : 타협하지 않고 헌신하기 Have Backbone : Disagree and Commit.

리더는 불편하거나 소모적이라고 해도 자신이 동의하지 않는 결정에 정중하게 맞설 의무가 있다. 리더는 확신을 지닌 결연한 사람이다. 사회적 친분을 위해 타협하지 않는다. 하지만 결정이 이루어지면, 그 결정에 전적으로 헌신한다.

 

위와 같은 경영철학이 녹아있는 문장이 있다. 바로 2006년 제프 베이소스가 주주에게 보내는 편지인데, 이 편지를 보면 어떻게 제프 베이소스가 아마존의 조직과 사업을 바라보는지 나와 있다. 솔직히 나는 아래 문장에 큰 감동을 받았다. 왜냐면 내가 몸담았던 기존의 회사에서 바라보던 신사업과 180도 달랐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유능한 인재들은 아래와 같은 이유와 그들이 생각하는 RISK 때문에 신사업을 하고 싶어하지 않거나 혹은 좌절했었다. 그리고 그냥 회사 자체가 정체되어 있고, 이렇게 빨리 변화하는 시장과 세상에 적응하지 못하고 가라 앉고 있는 것이다.

 

"여느 기업처럼 우리에게는 우리의 의도와 역사의 결과로 만들어진 고유의 조직 문화가 있습니다. 아마존에는 상당히 신선하고, 다행스럽게도 그 역사가 뿌린 작은 씨앗들이 큰 나무로 성장한 몇 가지 사례가 있습니다. 회사의 많은 직원들은 1,000만 달러짜리의 씨앗이 10억 달러 규모의 비즈니스로 열매 맺는 것을 숱하게 지켜봤습니다. 이런 성공을 중심으로 성장한 경험과 문화는, 우리가 아무 것도 없는 상태에서 새로운 비즈니스를 시작할 수 있게 하는 가장 큰 토대라고 생각합니다. 아마존의 문화는 새로운 비즈니스의 높은 잠재력을 봅니다. 그것이 혁신적이고 차별화될 수 있도록 집요하게 파고들지만, 그 규모가 태어날 때부터 커야 한다고는 누구도 요구하지 않습니다.

저는 1996년에 도서 판매액이 1,000만 달러를 넘었을 때, 우리가 얼마나 기뻐했는지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흥분하지 않을 수 없었지요. 우리는 0에서 1,000만 달러로 성장했으니까요. 현재 아마존의 새로운 비즈니스가 1,000만 달러로 성장한다면 회사 전체의 규모는 100억 달러에서 100억 1,000만 달러가 됩니다. 이를 보고 10억 달러 규모의 탄탄한 비즈니스를 경영하는 고위 임원들이 1000만 달러의 팀을 비웃을까요? 아닙니다. 그들은 새롭게 떠오르는 비즈니스의 성장을 지켜보며 축하의 이메일을 보냅니다. 이건 정말 멋진 행동이지요. 우리는 이런 문화를 자랑스럽게 여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