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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學과 藝術의 뜰

세번 천하를 돌아봄이여 - 넷플릭스 'CCTV 삼국지 95편작'

동탁

내 인생에 큰 영향을 준 몇가지가 있다. <슬램덩크>로 성취와 노력의 기쁨에 대해 알게 되었다면 <삼국지>는 그냥 모든 면에서 초등학교 저학년과 중학교 시절을 지배했다는 생각마저 들기도 한다. 고등학교 진학시 중국어과에 입학해야겠다는 생각이 든 것도 <삼국지>를 책, 만화, 게임으로 수없이 접하며 등장인물의 이름을 한자로 다 적을 수 있을 만큼 빠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지금도 꾸준히 중국과 관련된 일을 하게 된 계기가 아닐까 한다.

&amp;lt;유비&amp;gt;

넷플릭스 드라마 영화를 통해 계속 중국어의 끈을 놓치 않아야겠다는 생각에 <겨우 서른>같은 꽤 괜찮은 중국 현대 드라마를 보게 되었는데, 넷플릭스 AI님의 추천에 따라 흘러흘러 삼국지 95편 드라마를 클릭하게 된 것이 시작이었다. 장장 95편 (이론상 95시간;;;)의 작품에 발을 들여놓게 되는 것이 심히 부담스럽긴 했지만 어린 시절 책과 만화, 게임 같은 비실사로 삼국지의 세계를 접하게 된 한계 - 과연 서기 200년 후반의 중국 삼국시대 배경은 정말 어떠했을까 - 를 이 드라마가 현실화 해 보여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정도의 생각이었다. 결국 오늘부로 95시간은 모두 지나가게 되었다. 94편에서 제갈량은 오장원에서 세상을 떠나고 95편에서 사마의의 시대가 열리게 된다.

&amp;lt;제갈량&amp;gt;

언뜻 보면, KBS1에서 저녁 9시에 하는 국내 대하드라마와 형식이 비슷하다. <불멸의 이순신>, <정도전>같은 역사극을 좋아한다면 역시 좋아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2010년에 중국 CCTV채널에서 공식 방송했다고 하는데, 전쟁씬에서 어쩔 수 없이 10년 전 수준의 컴퓨터 그래픽으로 커버친 부분을 빼면, 나름 과장없이 정공법으로 구현한 정통 드라마라고 생각된다. 대부분의 연기가 훌륭했지만, 조조를 연기한 배우는 거의 신들린 듯한 수준이었다. 아마 잘은 몰라도 다른 작품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는 배우가 아닐까 싶다.

&amp;lt;조조&amp;gt;

결국 역사의 최종 승자는 사마의였다. 조조를 만나고 따른 후, 라이벌로서 제갈량과 겨뤄왔던 사마의는 결국 난세를 평정하는 ‘진'나라의 기틀을 세운다. 다시 한번 삼국지의 세계에서 느끼게 되는 것은, 무언가 뜻을 이루기 위해서는 인내심이 필요하며 조급하면 반드시 그르친다는 것을 95시간, 약 한달 동안 3세기의 영웅들의 세계 내내 깨달을 수 있었다.

&amp;lt;사마의&amp;g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