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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學과 藝術의 뜰

원하지 않는 유목의 삶 - '바리데기'


'노마드', '노마디즘'이란 말이 얼마전까지 유행하고 있었다.

지금은 글로벌 금융위기와 이로 인한 경기침체로 모든 어젠다를 집어 삼킨 블랙홀의 계절이지만, '노마디즘'이란 꽤 강력한 힘을 가지고 떠돌고 있었다. 쉽게 말하면 '유목주의'라고 불 수 있는데 어느 한 군데 정착하지 않고 떠돌아 다니면서 생활을 영위하는 것들을 말한다.

이 용어는 긍정적으로 쓰일 수도 있고 부정적으로 쓰일 수도 있다. 좁은 한 국가, 민족, 사회의 테두리를 벗어나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그 문화와 지역의 좋은 점을 취하고 적응력을 키워 더 많은 가치를 창조해 나가자는 의미 한편, 어느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타의에 의해 이곳저곳 떠돌아 다닐 수 밖에 없는 슬픈 역사와 운명의 여운도 남아있다. 소설 '바리데기'는 세계사적인 슬픔 - 전쟁, 기아, 억압, 폭력 - 에 의해 흘러든 많은 인류들의 슬픔을 우리 바로 옆에서 굶주리고 고통받는 북한/ 북한을 탈출한 여인의 눈으로 그려낸 이야기이다.

제목에서 볼 수 있듯이 '바리', '바리공주'의 설화로 시작한다. '바리설화'는 한국적 토속을 상징하지만, 한편으로 인류 - 개별 인간이라고 해도 좋다 - 가 겪는 고통을 구원해 주는 생명수를 지향하는 인류보편성을 내포하고 있기도 하다. 황석영씨는 이 한반도 북단의 작은 소녀가 겪은, 겪을 수밖에 없는 험난한 고통의 여정을 굉장히 큰 스케일로 또 전세계적인 종교와 구원, 믿음의 소박한 마음을 작은 디테일로, 그 완급을 절제하여 엮어내고 있다.

강대국의 제국주의로 말미암은 고통을 인내하는 전 세계 작고 힘없는 수많은 사람들이 결국 일자리를 얻고 살기 위해 제국주의의 심장에서 얽키고 설켜 살아가는 슬픈 '노마디즘'. 뉴욕, 런던이 세계시민들의 공동체, 다양성의 광장임과 동시에 그 광장에 모여든 개별 인간들의 사연 사연에는 녹록치 않는 역사성이 있음을 느낄 수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