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서른으로 접어드는 마지막 날
누구든 비슷하겠지만 나의 20대는 대학 입학과 함께 열렸고,
이제는 30대는 새로운 직장에서 출발하게 되었다.
거제도에서 보낸 27살부터 3년이 나에게는 어떤 의미일까.
그룹 교육을 받았던 연수원, 허허 벌판에 우뚝 선 기숙사, 구수하고 인정 많았던(때론 지나쳤던) 부서 사람들
처음 떠난 해외 출장, 태안에서 입었던 방진복, 데이트의 설레임으로 탔던 부산행 페리
세벽 3시까지 켜진 용인 외생관 강의실, 3도크 가공부의 작업자들의 표정
세중 물류기지의 지도사들...
추억이 편편히, 두서없이 날아오고 있다.
최근 가까운 지인들과 술잔을 기울이면서 곰곰히 생각해 보건데, 지나온 3년은
직장인의 커리어로서는 나쁘진 않았고, 젊은 날의 로멘스를 별로 즐기지 못했다는 점에서 안타깝다는 게
공통적인 평이자 나의 생각이다.
이제 다시 나는, 완전히 다른 일터에서 다른 산업에서 다른 사람들과 마주하게 되었다.
어쩌면 이렇게 '완전히 다른' 사람들이 원래의 나와 가까울지도 모르기 때문에
그다지 두렵거나 하지는 않다, 하지만 한동안 잃어버렸던 삶의 긴장감을 다시 찾을 수 있다는 것이 너무 기쁘다.
어쨌든 이러쿵 저러쿵 해서, 새로운 길을 성공적으로 개척한 내 자신이 자랑스럽다.
지루한 업무와 무의미한 생활 속에 뒤덮혀 궁지에 몰려 있었던 내가
9회말 투쓰리 풀카운트에 쏘아올린 홈런!
안녕! 나의 20대, 안녕! 거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