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별다른 계획 없이 집에서 뒹굴려고 맘먹은 오후, <광식이 동생 광태>를 빌리려 DVD대여점에 갔다. 영화 볼 때 집중 못하게 옆에서 뭐라하시고, 주말에 재방송하는 드라마 봐야 한다고 성화신 어머니 때문에 나는 집에서 영화 볼 땐 대부분 DVD를 빌려서 컴퓨터로 혼자 본다. 비디오 테잎으로 보려면 거실에서 봐야 한다.
<광식이~>도 그렇고, 오늘 컨셉으로 잡은 ‘가벼운 로멘틱 코메디’가 대부분 비디오 테잎으로만 있고 DVD로는 없었다. 으윽, ‘오늘의 컨셉’보다 ‘영화관람 상태’가 훨씬 중요했던 나는 그냥 계속 DVD코너에서 목록을 고르고 있었는데
좋지 않은 습관 같지만, 난 영화를 고를 때, 혹은 보기 전 포털 사이트 들어가서 다른 사람들이 매긴 점수를 한번 보고 영화를 본다. 헉, 생각 외로 93점! 영화 전문 기자들 모두 ‘Good’에 체크했다.
역시 영화는 아주 좋았다. 그러나 영화 얘기보다도, 요즘 생각하고 느끼고 있던 몇 가지 것들이 많이 떠오르고 겹쳐지더라… 뭐 여자에 관해서다.
2.
아주 행운하게도 나는 대학 2학년 때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여인을 만났다. 사실 알게된 건 1학년 때였다. 내가 그녀를 좋아하는 걸 알고 그녀에게 다가가고 이렇쿵 저러쿵 왔다 갔다 하다가 소위 ‘날짜를 새기 시작하는’사이가 된 때가 2학년 여름방학이었다. 우린 대략 5년 동안 만났다.
부족한 나와 5년 동안, 군대도 기다려주며 사귄 그녀와 결국 헤어진 건 객관적인 상황이 컸기 때문이지만 결정적으로는 나의 이기심과 헛된 욕심 때문이었다. 그 때도 내가 그녀보다 나은(참, 누가 누구보다 낫다는 표현은 쓰기 싫지만 어쩔 수 없다.) 누군가를 만나기는 힘들 거라는 건 알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점점 시간이 갈수록 그녀가 부담스러웠고 거리를 두고 싶어졌다. 나는 헤어지자고 했다. 그녀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받아들였다. 그러나… 5년 동안 한 번도 서로의 목소리를 들어보지 못한 날이 없던 우리, 난 다시 2주 만에 싹싹 빌고 용서를 구했다. 다행히 그녀는 받아주었고 다시 하루하루 날짜를 보태게 되었으나 결국 그 후로 반년 후, 우린 완전히 갈라섰다.
그녀와 헤어지고 몇 가지 기회가 있어 여러 여자들을 만나게 되었다. – 물론 만난다는 건 사귀었다는 얘기는 아니다. – 어학연수도 그렇고 인턴도 그렇고, 대기업과 공공기관에서 주체한 몇 가지 행사에 참여한 적도 있었다. 학교 외에 있는, 지금까지 나와 주로 함께 생활하는 사람과 다른 공간에 있는 내 또래, 혹은 그 아래 나이의 ‘여성’이라는 성별을 가진 사람과 많이 만날 수 있었다는 얘기지…
충격적인 사실은, 내가 알고 있던 이상으로 ‘물질적 가치’를 인생의 최우선으로 여기고 생각하는 여자분들이 많다는 사실이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물질적 가치’ 이외에 다른 것들을 생각해 본 적이 없거나 귀찮아하는 것 같았다. 그 중에는 내가 호감을 갖고 있었던 사람도 있었고, 나에게 호감을 표시한 사람도 있었으며 그런 것과 전혀 무관하게 그런 느낌을 배어내는 사람도 있었다. 어쨌든 매번, 충격적이었다.
사실 전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나서야 ‘다른 여인들’이 내 눈에 들어오게 된 건데,
솔직히 말하면 그런 경험을 하기 위해 헤어진 것도 있는데,
뭐 좋다 나쁘다 말하기 전에 충격적이었다. 사실 그래, 좀 밥맛이었다.
그런 사람들에게는 그런 사람과 어울릴 만한 사람들이 있겠지,,, 예쁘장한 애들도 많았으니까, 아마 그런 분들에게는 여자의 미덕은 ‘외모’라고 생각하는 남자분들이 딱 어울리겠다 싶었다.
사람들과 대화할 때 정서적 공감이라는 게 필요한데, 아무리 아름다운 외모를 갖고 있어도 10분만 얘기하다 보면 피곤해지는 분들이 계시다. 연애를 하면, 결국 대부분 함께 있는 시간 대화를 하며 보내는데 어찌 10분만에 피곤해지는 분과 사랑을 나눌 수 있으리오… 내 멋대로 ‘이 분은 연애 상대로 부적격!’판정을 내리고 뭐, 팀 프로젝트를 하거나 여행을 가거나 일을 하거나 스터디를 하거나 필요한 일만하고 내 감정의 상대로는 아웃시켰다.
불행하게도 이제는 아주 멀리 떠나 보낸 완벽한 그녀가 떠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잊는 것 이외엔 다른 도리가 없다.
3.
다른 사람의 이목을 받는데 인생의 모든 것을 쏟는 여자, 결코 감정적으로 동화될 수 없고 이해할 수도 없었다. 적어도 난 그렇다. 모르겠다 나도 어디 한 구석에 그런 본능이 숨어있는지… 오히려 나는 그 남편의 그림자 같은 모습이 바보 같아서 한심하면서도 좋다. 어쩔 수 없는 전형성이긴 하지만…
그래도 록시 역을 르네 젤위거가 했기 때문에 눈꼽만큼이나마 사랑스런 이미지를 받을 수 있었을지 모르겠다.
빌리(리차드 기어)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It’s Chicago’라고 하는… 나는 Chicago의 속성을 잘 알면서 그에 훌륭히 적응하는 빌리 같은 사람이 될까?
(미디어몹 : 2008/03/26)
|
영화, 보고 싶었는데 못 봤습니다.
그리고...그녀는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여자로 가슴에 묻어 두시길 바랍니다.
그 '완벽함'은 그렇게 멀리서 바라보기만 할 때, 혹은 가슴 깊이 덮어두었을 때에만 비로소 영원할 수 있다는 것은 아마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이런말 많이 들으셨지요... 사랑하는 대상 속에서 내가 가장 매혹되는 그것 , 그건 사실 그 대상이 결코 갖고 있지 않은 것입니다. 그런데 참 이상하지요. 그녀가 그것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슴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꼭 그녀를 통해서만 내게 다가오고, 나를 매혹시킵니다. 아마도 그런 이유로 우리는 어떤 특정한 사람을 사랑할 수 있는 것이겠지요, 비록 그 사람의 실재는 그것을 결여하고 있는 텅빈 무엇이라 할지라도 말입니다. 아..또 이런말도 있더군요. 숭고함이란 것은 가까이 다가가면 공포스럽고 혐오스러운 무엇이 된다구요. 휘몰아치는 폭풍우의 바다처럼. 멀리서 보면 장엄하고 숭고하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공포 그 자체 잖아요.... 그래서 그 '완벽함'은 숭고함이 될 수 있도록 깊이 묻어 두시구요... 그런데 있잖아요. 그렇다면 그 텅빈 것에 가까이 다가가지 않는 것만이, 그러니까 상대와 거리를 둘 때만 진정한 사랑이 가능한 것이란 말이까요... 그런데요, 삶 속에서의 사랑이란 우리가 상대에게서 바라보는 그 독특한 매혹을 서로 사실은 갖고 있지 못하다는 것을 나도 알고 너도 알지만 그것을 보듬고 끝까지 사랑하기.....그것이라고도 하더군요. 그러니까 다음에 사랑할 때는 그 텅빔을 외면하지 말고 끌어 안아 보시기를 바래요...
여튼 위로를 ==33=333
후후... 그 어느 것도 외면하지 않고 끌어 안을 생각입니다. 고마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