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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길 닫는데로/viSit Kingdom

Liverpool Street





예전에는 왠만큼 걸어도 괜찮더니, 이제는 조금만 걸어도 다리가 아프다. 예전에는 길 가다가 동양인도 심심찮게 만날 수 있었는데, 여기는 아주 유명한 관광지가 아니면 그 흔한 중국인도 만나기 힘들다. 그래서 더욱 더 내 스스로가 이방인스럽다.

하루에 몇 번씩이나 날씨가 변했던 London과 Edinburgh와 달리 따뜻한 햇살이 내려 상쾌한 기분이 든다. 이게 Liverpool의 낯선 거리를 걷는 내가 일상적으로 느끼는 '다름'이다.



리버풀은 비틀즈와 세계적인 축구 클럽 Liverpool FC로 유명하지만, 사실 산업혁명기 '신대륙 아메리카'로 가는 관문이었다고 한다. 노예로 팔려가는 아프리카인들의 슬픔과 새로운 삶을 건설하고자 했던 영국ㆍ아일랜드 이민자의 꿈이 서려있던 곳이다.

지금은 문화단지로 변해 연인들, 가족들이 이곳을 거닐고 있지만, 한판 카드게임에 인생을 걸고 타이타닉에 올라탄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같은 영혼이 깃들여 있을 것이다.

자본주의와 산업혁명의 태동지 맨체스터와 신대륙 아메리카를 잇는 Liverpool, 그 항구의 벤치에 앉아 나는 햇볕을 쬐고 있다.





바닷가를 끼고 있는 섬마을에서 일하기 때문에 별로 바다를 봐도 감흥이 없을 줄 알았는데, 태어나서 처음으로 바라보게 된 대서양은 가슴을 탁 트이게 한다. 여기선 그냥 빈둥거리다 비틀즈가 탄생한 Mattew Street로 가야겠다.

역사의 흔적을 더듬지 전, 휴지(休地).

(미디어몹 : 2008/0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