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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學과 藝術의 뜰

추억의 집이 되다 - '건축학 개론'



서로가 서로에게 첫사랑이었음을 모른 채 엇갈리고
15년 후에 다시 만난 서로가 이루어지기 녹녹치 않은 그 사이를
어떻게 화면에 배열하느냐가 큰 관건이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먼저 다가온 쪽은 서연(한가인/배수지)이었고
흔들리고 주저하는 쪽은 승민(엄태웅/이제훈)이었다는 것은
15년 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은 없었으니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남자 주인공의 사랑에 대한 유유부단함과
약간의 찌질한 모습, 90년대 중후반의 음악과 캠퍼스, 현실의
어쩔 수 없음, 살며시 젖어드는 첫사랑과 첫사랑의 재현등에 빠져들었다.


어쩌면 70년대 ~ 80년대를 회고하는 '말죽거리 잔혹사', '범죄와의 전쟁'같은 영화 속에서
내가 거쳐온 90년대 말 캠퍼스의 오마주가 반영된 영화이기 때문에 더욱 감정이입이 된 게 아니었을까

90년대는 지금처럼 취업 준비에 매몰되지는 않으면서도 이념의 과잉에서는
조금 물러선 어정쩡한 낭만의 시대였으니까, 대중음악과 한국 영화의 최대 전성기를 거쳐왔던
90년대가 오히려 80년대보다는 차라리 사랑에 대해 얘기하기 좋은 시대는 아니었는지.

나이 많은 승민(엄태웅)이 어머니에게 '엄마, 나 미국가지 말까?'라는 말이
이 영화가 담고 있는 대부분이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결국 승민은 서연과
서로가 서로의 첫사랑이었음 확인하고 결국 원래의 자리로 돌아간다. 그래서
둘 사이는 영원히 아련할 수 밖에 없이 남겨둔 채 마무리되는,,,

이 영화는 한 번 더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