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진보와 보수라는 개념은 정치와 경제가
논리적으로 어느 정도 뒤엉켜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한국 현대사에서
일본 제국주의와 군사독재, 북한이라는 존재로 인해 서양에서 말하는 자유주의와
사회주의의 잣대로 선을 그을 수 없었던 것이다.
군사정권의 계획경제를 부수어 버리려고 했던 진보적 청년들과 지식인들은
그 후에 덮쳐온 세계적 자유주의 경제 조류를 껴 안아야 할 것인지 아니면
이마저도 배척해야할지 혼란스러웠다. 군사정권의 정경유착과 비효율성,
부패와 부정의 찌꺼기들을 IMF가 몰고온 자유주의의 물결이 어느정도 쓸어내 주었기
때문이었다.
다시 IMF이후 10년 만에 찾아온 2008년 금융위기의 펀치를 맞고 정신을 차릴 무렵,
장하준 교수의 이 책은 아주 적절한 타이밍에 세련되게 나타났다.
지금까지 자본주의사에서 자유주의와 시장제일주의가 가져온 여러가지
모순과 악영향을 아주 쉽고 재미있게 풀어나갔다. 전작인 '나쁜 사마리아인'이
이미 선진국 반열에 진입한 이후 적절한 계획과 보호주의의 사다리를 걷어차 버리고
지속적으로 자유주의 경제를 주입했던 영미권 경제주의 국가들을 신랄하게 비판했다면
이 책에선 그에 대한 혹독한 결과를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 그 국가들을 조롱하면서
새로운 세계에 대해 좀 더 진지하게 모색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하여간, 그 주제에 공감을 하든 하지 않든 재밌으니까,,,
경제학자의 에세이가 이렇게 오랫동안 베스트셀러 1위를 하는 것도 흔치 않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