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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벌이의 즐거움

시련으로 일궈진 겸손과 투명성 - 레이 달리오, '원칙'

 자기개발서를 평소 싫어하는 이유는 내용이 너무 뻔하기 때문이다. 약간의 성공을 거둔 사람, 혹은 이 분야에 전문가(자기개발 전문가라니!!)라는 분들이 '리더십을 길러라', '목표를 맹렬히 달성하라' 같은 '이웃을 사랑하라', '착하게 살아라'와 다를 바 없어 보이는 하나마나한 말들을 늘어놓는다고 느끼기 때문이었다. 내가 바라는 지혜는 뭔가 택하기 어려운 선택의 순간에 어떤 기준을 가져야 하는가 같은 것들이다. 40이 되고 보니, 그런 지혜를 얻는데 있어서 역사 만한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직장인으로서 혹은 사업 전략을 담당하는 사람으로서 기업사 혹은 전쟁사를 읽는 것이 도움도 되고 재미도 있었다. 몇년 전부터는 위대한 창업자 - 스티브 잡스, 일론 머스크, 젠슨 황 - 의 자서전이나 크래프톤 이야기 등을 읽는 것도 솔솔찮게 좋았던 것 같았다. 

 레이 달리오의 '원칙'은 정말 많은 사람들과 미디어에서 추천해 준 경영서였다. 읽고 난 느낌은 '기업사가 포함되어 정말 세련되게 쓰여진 자기개발서'였다. 세계 최고의 헤지펀드 <브리지워터>의 창업자로서 그의 인생 일대기를 다룬 1부는 위에 언급한 '스티브 잡스'나 '일론 머스크'의 자서전을 보는 것처럼 흥미진진했다. 인생의 원칙을 다룬 2부와 일의 원칙을 다룬 3부는 사실상 자기개발서의 내용과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내가 이해하는 레이 달리오의 인생의 원칙은 '극단적으로 투명하고 솔직한 개방적 사고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당신은 인생을 살아가면서 필연적으로 고통스러운 실패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실패는 어떻게 대응하는가에 따라 개인적 발전의 추진력이 될 수도 있고, 파멸시킬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발전이 우주에서 가장 위대한 힘이고, 우리 모두는 기본적으로 동일한 방식으로 발전한다고 믿고 있다. 개념적으로 발전 방향은 위를 향해 지속적으로 상승하거나, 수평을 유지하거나, 아니면 파멸을 향해 아래로 향하는 일련의 순환고리라고 생각한다. 발전의 모습이 어떻게 보이는지는 당신이 결정하게 될 것이다. ... (중략)... 극단적으로 개방적인 사고의 가장 큰 장애물은 자아와 사각지대 장벽이다. 자아 장벽은 자신이 능력이 있고, 다른 사람들도 그것을 인정해주기를 바라는 타고난 욕망이다. 사각지대 장벽은 자신의 주관적 렌즈를 통해 사물을 보는 결과이다. 두 장벽 모두 우리가 사물의 실제 모습이 어떤지 보지 못하게 할 수 있다. 이런 장벽에 대한 가장 중요한 해결책은 자신의 선택이 가장 적합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진정한 우려에서 나오는 극단적으로 개방적인 사고이다. 개방적인 사고는 자아나 사각지대의 방해를 받지 않고 다양한 관점과 다른 가능성들을 효과적으로 탐구하는 능력이다." - page 358~359

 

레이 달리오가 극단적으로 개방적이고 투명한 태도를 갖게 된 결정적인 원인은... 그의 실패 때문이었다. 아파트 구석 한켠에서 시작한 브릿지워터는 1980년까지 비교적 순항하면서 안착한다. 그러다 1982년 중남미 국가의 디폴트 가능성을 예견하면서 경제 위기를 예견했고, 경제 위기에 따른 자산붕괴에 베팅하게 된다. 그러나 연방준비제도에서 유동성을 끊임없기 공급하면서 경제위기를 막았고 오히려 인플레이션을 방어하며 경기는 회복하여 10년간 주식시장은 호황을 맞이하게 된다. 이 시기에 레이 달리오와 브리지워터는 너무 크게 손해를 봐서 직원들 월급조차 주지 못하는 형편이 된다. 이 때 교훈으로 '내가 틀릴 가능성에 대해 항상 고려하는 인생과 일에 대한 태도'가 자리잡게 된다. 

 제 3부 일의 원칙은 레이 달리오의 인생 철학을 브릿지워터 내에서 어떻게 구현했는가를 기술한 내용이다. 분량 면에서는 가장 많다고 볼 수 있는데, 가장 '자기개발서' 같아서 좀 빠르게 넘겨 보게 되었다. 바쁜 분이라면 저자가 "브리지워터의 아이디어 성과주의를 위한 도구와 규칙'이라는 부록으로 정리해 놓은 이 부분을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브리지워터에서 사내 구성원들에게 시스템(주로 App)으로 제공하는 여러 Tool들은 '아이디어 성과주의', '극단적 개방성과 투명성'을 바탕으로 구성된 <코치>, <도트 컬렉터>, <야구 카드>, <이슈 로그>, <고통 버튼> 등으로 구현해 놓았다. 오히려 어떤 분들 - 기업 경영자나 인사 책임자 - 에게는 이 챕터가 실질적으로 더 관심이 갈 수도 있겠다. 

"나는 내가 하는 일이나 내가 좋다고 생각하는 것을 설명하기 위해 리더십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사람이 '훌륭한 리더십'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효율적이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훌륭한 리더는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고 자신을 따르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리더들은 자신을 따르라(follow)고 강조한다. 일반적인 리더는 질문과 의견의 불일치를 위협적인 것으로 간주하고 사람들이 지시를 따르는 것을 선호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리더들은 겉으로 보이는 만큼 모든 것을 다 알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실망과 분노가 서서히 나타난다. 그 결과 한 때 카리스마 넘치는 리더를 사랑했던 사람들은 종종 그를 제거하고 싶어 한다. 

 리더와 추종자 사이의 이런 전통적인 관계는 내가 생각하는 효율성과는 정반대이다. 리더가 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일은 최대한의 효율성을 추구하는 것이다. 불확실성, 실수, 그리고 약점에 대해 솔직해지는 것이 완벽한 척하는 것보다 훨씬 더 현실적이다. 또 자신을 잘 따르는 사람들보다 자신의 생각에 도전하는 사람들을 주변에 두는 것이 더 중요하다. 신중한 토론과 의견의 차이는 리더의 능력을 검증하고, 그들이 놓치고 있는 것이 관심을 기울이게 만들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된다. 리더들이 해서는 안 되는 일 중 하나는 사람들을 교활하게 조종하는 것이다. 때때로 리더들은 사람들이 원하지 않는 일을 시키기 위해 감정을 이용해 동기부여하기도 한다. 하지만 아이디어 성과주의에서 지적인 사람들을 다룰 때에는 비도덕적인 감정의 이용보다 이성에 호소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장 중요한 리더는 1) 열린 생각으로 최선의 답을 찾고, 2) 해결책을 찾아내는 과정에 사람들을 참여시킨다. 이것이 견해 차이를 해소하고 교훈을 얻는 방법이다. 진정으로 위대한 리더는 개방적인 사고를 가지고 탐구를 통해 불확실성에 대처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이다. 다른 모든 조건이 같다면 나는 닌자처럼 민첩하게 행동하는 리더가 근육질의 액션 영웅처럼 행동하는 리더를 항상 이길 것이라고 생각한다." - page 598 ~ 5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