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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學과 藝術의 뜰

악마는 있고 신은 없다 - '친절한 금자씨'




시작하는 부분부터 느낄 수 있듯이 전작 올드보이보다 종교적인 색깔이 더 짙었다. 구원과 복수, 가장 어울리지 않을 듯한 두 가지가 '교묘히' 섞여 있었다. 사람 살이의 대부분에 양면성이 존재한다는 명제에 유일하게 들어맞지 않은 것이 '아이들'이며, 백선생은 지속적으로 아이들 가지고 장난치는 '절대 악'이다. 금자는 전반부엔 마치 메트리스의 네오처럼 완벽하게 복수를 준비하는 존재로 자신안에 교차하는 '선'과 '악'조차 이용할 줄 아는 영웅으로 나온다. 그러나 그녀는 영웅일지 몰라도 네오 같은 신은 아니었다. 모성을 나타내는 부분 부분에서, 그리고 복수가 끝나면서 인간성을 드러내는 한없이 약한 존재로 묘사됐다.

스토리도 스토리지만, '친절한 금자씨'의 미장센은 화려하다. 색감이 화려하다는 게 아니라 원색과 반대색(??)을 절묘히 배치해 강렬한 인상을 준다. 사실성을 배제하고 환상성을 가미한 이런 시도는 금자의 복수 안에 숨어있는 복잡한 마음을 보여주는데 적합한 것 같다. 감옥에 들어가 얼마 지난 후부터 복수를 준비한 때부터 금자는 좀처럼 내면을 드러내지 않는데 화면의 배색이 이중적이고 복잡한(단순한 두 가지가 섞여있는) 금자의 복수심리를 묘사한다고 하면 억측일까? 붉은색과 검은색이 특히 그렇다.

마지막 부분은 조금 늘어지고 뭔가 허무한 느낌도 조금 들었다. 복수 시리즈의 마지막으로서 감독 나름의 복수에 대한 정의(, definition)를 내린 거라면 끄덕일 수 있겠지만, 개별 작품으로서 마무리는 조금 허탈했다. 그래도 중간 중간 삽입되어 있는 이미지와 상징을 잡아내는 재미는 솔솔했다. 마지막에 유지태로 분한 원모가 금자의 입에 재갈을 물리는 장면이 가장 인상깊었다.

(미디어몹 : 2006/0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