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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길 닫는데로/JR 패스면 OK!

나가사키로 가는 야간열차 안에서




교토에서 나가사키로 가는 JR 쾌속 야간 열차 아카즈키 안에 있다. 지금은 새벽 6시 21분. 1시간 40분 후면 아마 오키나와를 제외한 일본 열도의 가장 왼쪽에 있는 도시에 닿을 것이다.

아침에 일찍 일어난다고 서둘렀지만 결국 10시 체크 아웃 시간을 딱 맞춰 나왔다. 교토에서 마지막 날이라 보고 싶은 곳도 많고 아직 가보지 못한 곳도 많았지만 한정된 시간을 고려 선택과 집중을 할 수 밖에 없음. 우선 산쥬산겐도를 시작으로 키요미즈테라를 둘러본 뒤 그 일대를 돌고 교토대학에 가 보기로 했다. 혹 시간이 남으면 은각사도!

산쥬산겐도는 33개의 상과 그 뒤에 무수히 많은 관음상이 압권. 중고등학교 무렵 즐겨 읽던 일본 만화 중에 신사와 불교(밀교)를 따 와서 이야기를 꾸민 것들이 종종 있었는데 딱 거기서 보던 불상과 똑같다. 같은 천수관음상이라도 우리나라 절에 있는 관음상은 크고 손이 작은데, 일본 관음상은 날씬하고 천개의 손이 훨씬 크고 자세히 묘사돼 있다. 약간 징그럽고 무서움. 원래 일본 분위기가 깔끔하고 정돈되지만 뭔가 으스스한 느낌이 드는 것처럼.

귀무덤과 몇 몇 신사를 돌고 키요미즈테라로 갔다. 얼마나 아름답고 이쁜 절인지. 펜으로 묘사하려는 시도가 부질없게 느껴질 정도니 사진을 감상해 주시길! 조금 아쉽다고 해야 하나? 우리가 겨울에 와서 이 경내의 나무와 풀, 꽃들이 거의 없었다. 봄이나 여름에 왔으면 훨씬 더 멋졌을 거 같다.

키요미즈테라에서 내려오는 길은 돌담ㆍ돌바닥으로 되어있고 양 옆에 인사동처럼 전통 과자나 공예품을 파는 집이 늘어서 있다. 굳이 비교하자면 인사동 같은 곳. 좁은 골목길에 옹기 종기 모여 있는  기념품 가게가 귀엽다.

근처에 몇 몇 공원과 신사를 둘러본 뒤 별 세개짜리 지온인(知恩院)에 갔다. 웅장한 정문부터 기대에 부풀었는데 경 내에 들어가 조금 있으니 젠장, 4시에 문 닫는다고 나가란다. 4시까지 입장이면 3시 50분이면 들어간 사람은 괜찮은 거 아니삼? 이라고 묻고 싶었지만 그냥 나오는 수 밖에...

이번엔 마지막 코스, 일본 Top 5 명문인 교토대학으로~ 대학 캠퍼스도 입장 시간이 있겠느냐고 생각하며 당당히 정문으로 입장하는데 아뿔사, 카ㅔ라 배터리가 다 닳았다. 결국 사진 하나도 못 찍음. 흑, 어쩔 수 없이 우리는 귀국해서 네이버의 도움을 받아 몇 개 사진을 퍼오기로 하고 사진에 구애됨 없이 캠퍼스를 거늴었다. 여느 대학과 다를 바 없는 교정이지만 우리 나라와 달리 자전거가 엄청 많았다.

이제 숙소에서 짐을 갖고 교토역으로 갈 시간. 늦지 않게 도착해 난 나가사키 숙소에 전화로 예약하고 승헌이는 달링 행아양에게 감동의 첫 전화를 때렸다. 먹을 것을 사고 야간 쾌속 열차에 탔다.

칸사이에서 일본의 역사 문화등을 봤으니 이제 일본의 자연을 느낄 차례. 우린 큐슈 여행의 시발지 나가사키로 향했다.

(싸이월드 : 2006/0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