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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學과 藝術의 뜰

부유하는 도시의 여자 - '오늘의 거짓말'



정이현 작가 이름은 오래 전부터 들었다. 워낙 젊은 여성분들이 대중적으로 열광하길래 <에쿠니 가오리>류의 판타지(?) 

연애 소설이거나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같은 된장녀필 나는 소설일 거 같아서 그다지 관심을 갖지는 않았다. 역시 

김영하 선생의 팟캐스트 추천으로 읽어보기 시작했는데, 도시 중산층 여성의 감수성을 굉장히 세련되게 나타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도 안 오고 바람도 불지 않고 나쁠 것도 좋을 것도 없는 날씨. 특이한 데라곤 전혀 없이. 인생도 그렇게 잔잔히 흘러가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 '오늘의 거짓말 中'

노력하기만 하면 무엇이든 될 수 있으리라 믿었으므로 당연히, 아무것도 되고 싶지 않았다. - '삼풍백화점 中'

언제 한번 보자, 라는 문장은 이를테면 언어적 관습이었다. 그것은 Good-Bye의 이음동의어인 동시에 See You Later의 번역어였다. 피차 부담없이 부드럽게 전화를 끊기 위한 선의의 거짓말인 것이다. - '위함한 독신녀 中'


거대한 스케일의 역사물도, 풍부한 상상력이 발휘된 소설도, 사회 비판이 섞인 역설과 반어가 그다지 섞여 있지도 않은

소설이기 때문에 심심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는 하지 않아도 좋다. 도시생활을 하는 사람(특히 여자)이라면 일상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여러가지 상황을 굉장히 섬세하고 시크하게 그려내는데 문장의 흐름이 부드러워 읽기에 부담도 없다. 


문체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쉽게 읽혀지기 때문에 짐짓 가볍다고 느낄 수도 있겠으나 내용마저 붕붕 뜬다고 생각하면 오해. 

문장은 계속 가볍게 터치하는 느낌으로 흘러가는데 이야기의 구조는 적절한 반전과 변주를 조합하고 있다. 다 읽고 나니

몇 몇 작품은 KBS 드라마 스페셜 등에서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심각하지 않되 생각하게 만드는 글이 마음에 

들어 나중에 시간나면 손으로 배껴 써보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