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자무싸 1회를 끝까지 보기는 힘들다. 아래 코미디언 정선희 말처럼 우리 주위에서 간혹 볼 수 있는 찌질한 인간상의 전형, 구교환이 연기하는 황동만은 대학시절부터 인연을 이어오는 8인회 모임에서 계속 끝없이 떠들어 댄다. 주위 동료들이 영화인으로서 자리를 잡아갈 때 그 어떤 것도 이루어 놓지 못한 쥐뿔하나 없는 인간이 다른 사람을 헐뜯는데만 혈안이 되어 있는 사람. 모두가 자리를 뜨고 싶게 만드는 인간상.
점차 회차를 거듭할 수록 우리는 어느새 황동만의 감정에 이입해 들어가게 된다. 황동만이 왜 저렇게 사람들의 미움을 받더라도 끝없이 떠들어 대는지, 그의 감정에 이입할 수 있게 인도하는 사람은 고윤정이 열연하는 변은아다. 모든 사람이 황동만을 욕할 때 그의 편에 서 주는 사람. 수퍼스타 오정희의 친딸이지만 누구에게도 그 사실을 말할 수 없는 비밀의 여인, 오정희가 버리고 떠난 뒤 혼자 남겨지고 그 치유받지 못한 상처를 감싸 안고 살아가는 변은아는 남들이 모두 무시하는 황동만에게서 영화 감독으로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찾는다. 황동만을 누구도 상대하지 않으려고 할 때 다가간 변은아는 그가 솔직하게 자신의 부족함을 드러낼 줄 아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위로와 평안을 얻는다. 평강공주와 바보온달 이야기가 떠오르기도 한다.
그리고 변은아와 황동만 주위에는 술집 아지트를 근거로 들락날락하는 영화판 사람들이 있다. '또 오해영', '나의 아저씨', '나의 해방일지'로 매니아를 열광시키는 박해영 작가는 이번 '무자무싸'에서도 모든 등장인물들을 그 나름의 작은 이야기 속 주인공으로 만든다. 나의 아저씨에서 두 인물을 (일방적으로)연결시키는 가느다란 실 같은 것이 도청기였다면 여기에서는 변은아와 황동만이 함께 착용하는 감정워치가 둘 사이 감정의 공개적 매개체가 된다.
살아간다는 것, 이야기를 지어내 쓴다는 것, 그렇게 만든 시나리오로 200명이 넘는 사람들의 멱살을 잡고 끝내 작품을 만들어 낸다는 것, 그 이야기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 모두 이 넓고 광대한 세상에서 참으로 좁쌀같은, 어쩌면 무가치해 보일 수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이 작품은 모두의 인생이 코미디이면 좋겠다는 작가의 작은 바램이 마지막에 투영되어 있다. 참, 저토록 진한 휴먼드라마를 쓰는 박해영 작가가 이상향으로 생각하는 서사의 끝이 코미디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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