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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學과 藝術의 뜰

잃어가는 언어와 세계 - 한강, '희랍어 시간'

 어렵고 난해할 수 있는 소설 작품이라고 각오 하고 읽어 보았으나 안타깝게도 작품을 다 읽고 나서도 특별한 인상은 받지 못했다.

 고대 그리스어를 배우는 인문학 강의 시간에 만난 강사와 학생이 두 주인공이다. 시력을 서서히 잃어가는 남자 희랍어 강사와 말을 할 수 없는 여성 학생은 각자 감각과 언어를 상실해 가는 상황 속에서 고독과 상실을 견디며 살아간다. 특히 여성은 양육권을 잃고 매일 같이 아이를 그리워하며 깊은 슬픔에 사로잡혀 지낸다.

 사건의 전개나 인물의 극적인 변화보다는 언어와 세계의 상실에 대한 철학적 질문이 주된 내용이라 어려웠다. 아무래도 사건이 별로 없고 감정이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몰입이 쉽지 않았다. 나에게는 '소년이 온다'나 '그대의 차가운 손'처럼 상황과 감정, 스토리의 극적인 변화가 많은 작품이 '채식주의자'나 '희랍어 시간'처럼 섬세하게 인물의 내면을 따라가야 하는 소설보다 더 재미를 느끼는 것 같다. 상실과 침묵의 상태를 고요하게 사유하는 작품이라 호불호가 많이 엇갈릴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