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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學과 藝術의 뜰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

 

 과장된 설정 때문에 몰입이 깨진다는 사람들도 있었다. 대기업에서 오랜 시간 사회 생활을 한 인물이, 가족과 상의 없이 상가 분양에 혹해서 10억이 넘는 돈을 그렇게 쉽게, 짧은 시간에 날리는 것이 현실적인 설정인가. 중소기업이나 군대에서도 늦어도 배식은 되는데, 대기업 공장에서 점심 시간 종소리에 다들 우르르 식당으로 달려 나가는 것 역시 개연성이 떨어져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10년전 <미생>에 열광했던 2030 세대가 이제 3040이 되어 머지 않은 미래에 마주할 50대 이후에 삶에 대해 조용히 다짐하는 듯한 울림을 주었다. 물론 지금의 3040 세대들은 50대 초반에 은퇴하게 된 김부장 같은 세대와는 결이 다르다. 한 직장에 충성하기보다 커리어패스에 따라 회사를 유연하게 옮기고, 일에만 몰두하기보다 재태크와 가족과의 시간을 중시하는 등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 나보다 약 5~10년 선배들이 걸어왔던 길을 그대로 구현한 김낙수(류승용) 부장을 보면서 예전 회사에서 모셨던 여러 부장님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작품 말미 11~12회에서 김낙수 부장이 스스로를 돌아보며 인생에 무엇이 소중한 것인지를 찾아가는 과정이 낯뜨겁지 않게 묘사되어 좋았다. 일본 드라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시청자에게 훈계조로 설명하는' 방식 대신, 또다른 자신과 대화하는 장면을 통해 풀어낸 방식은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마지막회를 본 후 유튜브에서 작품 초반 꼰대짓하는 김낙수의 쇼츠 영상을 볼 수 있었는데, 그 모습이 더 애잔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https://www.youtube.com/watch?v=FUegDGNmh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