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을 읽을 때 등장인물이나 소재의 다양성, 다층성을 중시하는 편이다. 즉, '작가'나 그와 비슷한 유형의 사람들이 쉽게 주위에서 보고 듣는 것들을 가져와서 작품화 하는 것은 '소설가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일기나 에세이를 쓰려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인문학을 전공한 대학교수, 작가 등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뻔한 얘기가 아니길 바라고 읽기 시작했던 작품이었다.

40대 중반 자연과학(지리학)을 공부한 대학교수 오기는 아내와 둘이 지내다 자동차 사고가 난다. 이 사고로 아내는 세상을 떠나고 주인공 오기는 크게 다쳐 몸도 쓰지 못하고 말도 못하고 누워 지내야 되는 신세가 된다. 소설의 첫 장면은 자동차 사고가 난 다음 처음 의식이 돌아온 병원에서 시작한다. 말도 못하고 오직 왼팔만 사용할 수 있는 오기는 어릴 때 부모가 돌아가신 형편이라, 자신을 돌봐줄 수 있는 사람은 장모밖에 없다. 얼마 전 남편을 사별한 장모는 하나뿐인 딸이 사망하고 오직 사위만 남게되자 그를 헌신적으로 돌봐준다. 사위의 집에서 돌봐주던 장모는 딸인 죽은 아내의 여러 기록과 흔적에서 자동차 사고 나기 전 사위와 딸의 관계를 알아가게 되고 사위를 정신적으로 압박해 나간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편혜영 작가의 책은 처음 접하게 되었다. 나무위키에 따르면 [섬뜩할 정도로 그로테스크한 문체]로 정평이 나 있다고 한다. 20대에는 소설을 접할 때 이야기의 구조와 설계 등에 관심이 많았는데 '김훈' 작가의 책에 빠져들면서 문체가 작품을 얼마나 매력적으로 만드는지 느끼게 되었다. 그 후부터는 개성있는 문체를 가진 작가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이 작품의 문체는 '독특'하기보다 문장의 분위기가 어둡고 음산하다. 그 어둡고 음산함은, 이야기의 단계별로 강약을 가지고 있다. 특히 마지막 4/5 지점에서 장모가 집을 어둡고 음산하게, 활기가 있는 것은 모두 치워버리고 정원에 구덩이를 만드는, 자동차 사고가 나기 전 부부의 사연이 실타래 풀리듯 전개된다. 이 마지막 1/5 지점이 이 작품의 백미가 아닌가 싶다. 즉, 책 중반보다 후반부로 갈 수록 재미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작품은 뉴스에서 2026년 헐리우드에서 영화화되어 개봉한다는 소식을 듣고 읽어보게 되었다. 사실 영화화된다는 것이 좀처럼 머리속에 그려지지 않는다. 감정묘사와 분위기가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영화로 만들 때 난이도가 상당할 것 같은데...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0/0003638804?sid=103
편혜영 “영화가 소설 재현보다 소설적 세계 확장하길”
“영화가 소설의 충실한 재현이 되기보다는, 소설적 세계의 확장이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할리우드에서 영화화돼 이르면 내년 개봉을 앞둔 소설 ‘홀’(문학과지성사)의 작가 편혜영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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