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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學과 藝術의 뜰

'隣の トトロ'





'무언가', '어떤 것'을 표현할 때 저마다 약간씩 차이가 있다. 영화와 달리 연극에는 적당한 과장이 필요하다. 발성해서 내는 대사라든지, 약간 성큼성큼 걷는 느낌이라든지... 그래야 필름에 담지 않고 직접 보여주는 무대에서 관객의 눈에 동작이 크게 들어오기 때문이다.


아마 실사영화와 에니메이션의 차이도 이렇지 않을까? 헐리우드와 일본 에니메는 또 다르지만... '토토로'를 보면서도 그런 미세한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비오는 날 무언가를 업어야 할 때 우산을 손을 둘 수 없어 어깨에 걸친다. 아마 실사영화였다면 같은 동작을 하더라도 우산이 몸에 툭 떨어지는 그런 질감을 표현하기 힘들었을텐데, 사츠키가 메이를 업을 때 목과 어깨 사이로 우산이 떨어지는 모습과 음향효과가 딱 맞아 떨어져 동생을 보살피는 언니의 마음과 무게가 크게 부각된다. 오히려 에니메이션이기 때문에 살릴 수 있는 이런 장점을 미야자키 감독은 절대 놓치지 않는다.

 
영화 전반에 뿜어나오는 상상력은 디테일한 부분에서도 서로 맞물려 돌아간다. 사츠키와 메이가 아버지를 기다리러 버스 정류장에 기다리고 있을 때 등장한 개구리가 마지막에 '꺼억'소리내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역시 에니메이션이 아니면 하기 힘든 표현.


조금 더 주의깊게 영화를 봤다면, 이 영화에서 '음향'과 '음악'이 얼마나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지 느낄 수 있었을 듯. 처음 메이와 토토로가 만날 때 그 유명한 '토토로~ 톳 토로~'사운드가 길게 늘어졌다, 짧게 끊겼다 하며 반복된다. 원래 '음악'이 '음향' 효과 역할하는 경우는 많지만, 스토리 전반의 순수함과 아름다운 화면이 경쾌한 사운드와 어울려 적절한 타이밍에 딱딱 들어간다. 정말 Well-made라고 밖에 말할 수 없을 듯.


일본 큐슈지방 여행할 때, '타카치호'라는 계곡을 가기 위해 아주 조그만 마을을 지난 적이 있다. 곳곳에 있는 신사나 작은 우물, 조그만 불상이 떠오르고 가지런히 정리된 논밭, 동네를 뛰놀던 아이들,  오래된 우동집을 지키고 있던 할머니, 할아버지 생각도 많이 났다. 어찌보면 우리나라 시골마을과 크게 다를 바 없지만 약간 다른 분위기 차이가 조금 더 영화에 몰입하게 해 주었다.


마을에 전화기 한 대 있고, 삐거덕 거리는 책상에서 공부하던 1955년의 일본. 두 자매의 순수하고 아름다운 이야기가 일본 전래 신앙과 맞물려 환상적인 느낌을 준다. 내 마음 속에 가득 했던 차갑고 딱딱한 것들이 영화 보는 내내 스르르 녹아가는 느낌이었다. 내가 저 아이들만큼 순수했는지 모르지만, 누구나 고개를 끄덕이면서 입가에 미소를 띄울 수 있는 '어린 마음'을 떠올릴 수 있는 멋진 영화.

(미디어몹 : 2006/02/18)



  1. 2006-02-20 10:32

    꼭 제목을 일어로 써야 했을까? 무슨 말인지 모르는 사람이 태반일텐데?
    어처구니 없는 허위의식.

    1. 음유시인 blog 2006-02-20 11:54

      허위의식이라고 느끼는 건 당신 자유. '어처구니 없다'고 생각하는 것도, 리플 다는 것도 당신 자유. 당신이 허위의식이라고 생각하듯 제목을 일어로 다는 것도 내 자유.

      굳이 변명 : 원 제목이 바로 저거요. 모르면 모르는대로, 알면 아는대로.

    2. 음유시인 blog 2006-02-20 11:56

      혹시 프랑스 영화를 보고 제목을 '프랑스어'로 달았으면 이런 소리 했을까?? 물론 난 프랑스어를 전혀 알지 못하지만 말이오. 그래도 그렇다면 말구.

  2. 말리 blog 2006-02-20 11:19

    말만 많이 듣고 못 본 영화... 미야자키 하야오를 제대로 본 건 하울의 움직이는 성 밖에 없는 듯 싶소...흠 이거 미야자키 하야오꺼 맞겠지 ;; 요즘은 당췌 기억을 믿을 수가 있어야짓 흙흙... 어쨌거나 일본 에니메이션은 참 따뜻하거나 무지 무지 우울하거나 그래서 맘이 가는데 말이요, 일본넘들은 왜글케 정나미가 안 붙는지... 이것도 하나의 왜곡된 의식이겠지만 말이요...의식에는 여러가지 것들이 있으니깐 함부로 이러쿵 저러쿵 하긴 힘들겠죠.

    1. 음유시인 blog 2006-02-20 11:53

      기억 믿어도 됩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영화! 일본 에니메이션이 그러하듯, 일본도 깨끗하고 정갈하고 친절하긴 한데 왠지 모를 음산함이 들더이다.
      '정나미가 안 붙는건' 왜곡된 의식이라기 보다, 개인적 취향 같은데요?? ^.^
      요즘 몸은 어떤가요?

  3. 앨리스 blog 2006-09-16 13:09

    이거 주제곡 좋아해서 자주 흥얼거렸어요. 아는 사람이 일본 여행 갔다가 지브릴 박물관 들러서 토토로 뮤직박스를 사왔는데, 틀자마자 익숙한 멜로디가 흐르더라구요. 토나리노 토토로 토토로 토토로~

    1. 음유시인 blog 2006-09-17 16:43

      잘만든 주제곡이나 CM송은 자꾸 따라부르게하는 마법이 있죠~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