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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學과 藝術의 뜰

내가 마법을 걸었어요, 새끼 손가락 피게 - '번지 점프를 하다'





영원한 사랑이 있'을'거라고 믿는 사람, 그들이 순진하든 어리하든 간에 그래도 그렇게 믿는 사람이 많을 수록 좋지 않겠냐고, 사람이란 그런 마음을 품고 살아가야 되는 거 아니냐고 말하는 사람들, 혹은 나일 수도 있고 - 의 믿음을 순식간에 '역시 그렇진 않아'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리얼리즘의 극치를 나는 '조제, 호랑이, 물고기들'을 통해 느꼈다. 내 사랑관의 터닝 포인트.

영원한 사랑을 막연하게 믿지 않았던 한 남자가 무엇에 홀린듯이 빠져든 사랑을 안타깝게 그린 영화였다. 굳이 비교하고 싶진 않았지만, 나는 이 영화를 보면서 왠지 모르게 '조제, 호랑이 물고기들'을 떠올렸다.

동성애에 대한 얘기는 접어서 살짝 뒤로 두자. 난 이 영화가 동성애의 관점으로 읽힐 종류의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 보단 "이 줄은 세상인데 이 세상 아무곳에다 작은 바늘 하나를 세우고 하늘에서 아주 작은 밀씨 하나를 뿌렸을 때 그게 그 바늘에 꽃일 확률.. 그 계산도 안되는 확률로 만나는게 인연이다" 라고 말했던 그가 벗어날 수 없었던 사랑의 인연이 메어지게 가슴 아팠다.

그 전에, 80년대를 살았던 두 청춘남녀의 그림같은 사랑에 홀려버렸다. 내 가슴아픈 사랑이 떠오르고, 살아있지만 아마 환생한 이은주보다 더 만나기 힘들 그녀도 생각났다.

이병헌과 이은주의 사랑, 두 고등학생의 풋풋하고 달콤한 티격태격이 잔인한 인연에 의해 그렇게 엮여야 할까. 감독이 원망스러웠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 슬프도록 아름답지 않았을까. 머리로 따지면 진부한 면도 없지 않았지만 가슴이 밀쳐내 버렸다.

(미디어몹 : 2008/1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