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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길 닫는데로/viSit Kingdom

숙소에서


내 이럴 줄 알았지. 이미 눈 뜨고 정신을 차려보니 세벽 4시였다. 정확히 12시간동안 잤던 셈. 그래도 몸 상태가 확실히 좋아졌다. 숙소도 굉장히 깔끔한 싱글룸인데다가 분위기도 좋고... 누가 나중에 에든버러 여행 온다면 이 숙소를 적극 추전해 주고 싶다.

에든버러 도시도 아주 굉장히, 말로 표현할 수 없이 멋진 곳이지만 정말 때를 잘 맞춰 온 것 같다. 여행 일정 짤 때는 Fringe Festival 때문에 숙소 예약하기 힘들까봐 걱정했을 뿐이고, 막상 여행할 때에는 전혀 기억조차 하고 있지 않았다. 오후가 되니 이 고풍스런 도시에 축제의 막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에든버러 성은 Millitary Tatoo 페스티벌로, 그 아래 Royal Mile은 세계 각 국에서 몰려든 광대, 배우, 연주자... 크고 작은 예술인들의 공연이 끓는 물에 방울터져 나오듯이 열리고 있었다. 그 분위기를 즐기러 나온 저마다 자기 언어로 얘기하는 무수한 사람들, 사람들...






호주에 있었을 때, 낙천적이고 열린 사고의 호주인에 비해 영국인들은 무뚝뚝하고 불친절하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여기서 한 사나흘 지내보니 조금 그런 인상을 받았다.

이건 편견이거나 선입관이라기 보다는 생각하지 않다가 퍼득 떠오른 것이다. 미리 머리 속에 담아두었다가 꺼내어 놓은 것은 아니니 편견은 아니라고 본다.

보통 호주나 뉴질랜드에선 나같은 유색인종 - 특히 여행자임이 분명한 - 에게 습관적으로 말을 천천히, 또박또박하고, 만약 이해를 못하는 거 같은면 그림을 그려서까지 친절하게 설명해 준다.

그러나 여기서는 그런 매너나 배려는 전혀 없다. 내가 잘 못들었다는 표현을 하면 굉장히 답답해 하는데, 자기 말투나 속도, 혹은 다른 표현을 하려는 시도도 별로 없다. 물론 다 그런건 아지니만 보통 그렇다.

나도 대충 알아듣고 넘어가고 싶은 때도 있지만 숙소, 교통, 위치, 기타 예약 등에 관한 필수적인 정보를 물어볼 때는 어쩔 수 없다. 내 영어도 물론 짧지만,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잉글랜드ㆍ스코틀랜드 악센트라 더더욱 그렇다.

금같은 주간 시간을 많은 놓쳐버렸고, 너무나 매력적인 축제의 도시에 하루 더 머물까도 생각해 봤지만 이미 Liverpool로 가는 기차표도 끊었고 복잡하고 번잡하여 빈 숙소도 있을지 모르겠다. 이제 짐을 챙겨야지. 무엇보다 여긴 너무 춥다.

(미디어몹 : 2008/08/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