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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學과 藝術의 뜰

국난을 극복한 스승과 제자 - '고려거란전쟁'

 

 목종 말기부터 귀주대첩까지의 한반도의 역사는 보는 이의 애간장을 녹이는 확실히 굴곡진 역사의 시절이었다. 그런 점에서 '고려거란전쟁'은 스토리의 기본은 먹고 갈 수 있었을 것이다. 전통사극임을 잘 알고 시청하는 분들의 기대를 부응하기 위해 비어있는 사료의 역사적 공간을 어떻게 작가가 잘 채울 수 있을 것인가. 채워진 공간의 연출을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가 관건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전반적으로 잘 만들어진 대하 사극이라는 점은 이견이 없는 것 같다. 특히 대규모 전쟁 장면은 최신 컴퓨터 기술을 통해 어색함 없이 웅장하고 사실적인 느낌을 잘 살린 것 같다. 다만, 양규 장군 죽음 후 작품 후반부의 연출이나 스토리 전개 양식이 바뀌게 되는데 이에 대해 많은 논란이 일기도 하였다. 호족의 권한을 빼앗기 위해 벌인 현종의 무리수와 원정왕후의 궁중 암투, 충주 호족(박진)의 이해할 수 없는 현종에 대한 미움과 집착, 과한 비중 등은 보는 내내 완성도를 떨어뜨리는 요소라는 생각이 들어 아쉬웠다. 작품의 후반부는 더 완성도가 올라 갈 수 있었을 것 같은데, 그랬다면 이 작품은 정말 명작(Master Piece)의 반열에 오를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안타까움이 있다.

 그래도 보는 내내 정말 많은 정성을 들였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넷플릭스에 올라와는 있지만 심지어 영어 자막도 준비하지 않은 것을 보니 해외 판매는 크게 고려하지 않은 것 같은데, 글로벌로 나갈 수 있는 작품에 자본과 인력이 모이는 시기에 KBS에서 국민을 위해 준비한 귀한 샘물같은 전통 사극이라 고맙기도 했다. 교과서 암기에 매몰되어 역사에 재미를 붙이지 못하는 학생이 있다면 그런 학생에게 재미있게 역사와 친해질 수 있도록 해 준다는 점이 잘 만든 전통사극의 또 하나의 기여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