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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벌이의 즐거움

장대한 위업에 도전하는 찐 광인 - 일론 머스크

 

 "비행 테스트를 승인하는 10여곳의 규제 기관은 비행 테스트에 대한 머스크의 열정에 공감하지 않았다. 엔지니어들은 머스크에게 그들이 견뎌낸 모든 안전 검토와 요구사항에 대해 브리핑했다. "허가를 받아내는 것이 영혼을 갉아먹는 실존적 문제로 여겨졌을 정도입니다." 준코사가 말했다. 샤나 디에즈와 제이크 멕켄지가 자세한 설명을 덧붙였다. "염병할, 머리가 다 아플 지경이네." 머스크가 머리를 감싸 안으며 말했다. "그런 허튼 소리가 난무하는 가운데 어떻게 인류를 화성에 데려갈 수 있을지 정말 고민 되는군. 잠깐 생각 좀 해 보자고"

 2분 동안 이어진 무아지경에서 깨어난 머스크는 다소 철학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이것이 문명이 쇠퇴하는 방식이에요. 더 이상 리스크를 감수하지 않는 거 말이에요. 그렇게 리스크 감수를 멈추면 동맥이 굳어지게 돼요. 매년 심판은 많아지고 행동하는 사람은 줄어드는 겁니다." 그래서 미국은 더 이상 고속 철도나 달에 가는 로켓 같은 것을 만들 수 없게 되었다. "성공을 너무 오래 향유하면 리스크를 감수하려는 욕구를 상실하게 되지요" - page 725 ~ 726

 세상을 뒤흔든 천재 창업가의 이야기, 스티브 잡스에 이어 일론 머스크의 이야기를 들여다보면 위대한 제품을 탄생시킨 인물이 위대한 성품을 갖지는 못했다는 슬픈 사실에 직면하게 된다. 그저 성급한 일반화일까? 아니면 그렇게 몰입하며 조직원들을 한계까지 몰아넣지 않으면 그런 창작물은 나올 수 없는 것일까. 어쩌면 세종대왕께서 한글을 포함한 그 수많은 발명품을 세상에 내놓으시면서 (실록에 담겨져 있는지 알 수 없지만) 관료들을 너그러히 대하지 않으셨을 수도 있겠다는 슬픈 느낌도 들었다.

 작가 월터 아이작슨은 아시다시피 스티브잡스의 공인 자서전을 집필한 분이다. 이 자서전을 위해 일론머스크 역시 2년간  저자를 그의 그림자처럼 따라다니고 회의에 초대해 주며 모든 사람들과 메시지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해 주었다. 물론 책에 대해 어떠한 통제권도 행사하지 않았다. 사후에 자서전이 출간된 스티브잡스와 달리 일론머스크는 아직 50대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그의 인생 전체를 이 책으로 갈음하는 것은 조심스럽다. 그보다는 아직까지 모든 면에서 셀럽인 그의 위대하기도 하고 기이하기도 한 말과 행동이 어떤 배경으로 이따금씩 사람들을 열광시키고 당혹하게 하는지에 대해서 이해할 수 있는 Tool이라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저자가 책의 뒷부분에 나름 그에 대해서 평가해 놓은 문장이 많은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머스크로 하여금 장대한 위업에 도전하게 만드는 핵심적인 것은 무엇인가? 그의 대담성과 자만심이다. 그렇다면 그런 대담성과 자만심은 그의 나쁜 행동 방식과 냉담함, 무모함에 대한 변명이 될 수 있을까? 그리고 개자식처럼 구는 경우에 대한 변명까지 될 수 있을까? 물론 대답은 '아니오'이다. 누구든 사람의 좋은 특성은 존경하고 나쁜 특성은 매도할 수 있다. 하지만 그 가닥들이 어떻게 함께 엮여 있는지, 그리고 때로는 얼마나 단단히 엮어 있는지 이해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천 전체의 실을 풀지 않고는 어두운 부분을 제거하는 것은 어려울 수 있다. 셰익스피어가 말했듯이, 모든 영웅은 결점을 가지고 있다. 어떤 결점은 비극을 낳고 어떤 결점은 극복된다. 우리가 악당으로 보는 인물도 복잡할 수 있다. 셰익스피어는 가장 훌륭한 사람조차도 "결점으로 주조된다."라고 썼다." - page 733

 어쩔 수 없이 일론머스크는 스티브잡스와 비견되는데 - 아마 한창 시절엔 스티브잡스를 잇는 xxx로 불리기도 하였다, 요즘에 그런 표현조차도 식상하다고 느끼는 사람도 많겠지만 - 스티브 잡스와 일론 머스크, 그리고 팀 쿡을 월터아이작슨이 비교한 장면도 흥미로웠다.

"몇 가지 면에서 머스크는 스티브 잡스와 비슷했다. 직원들을 미치게 만들지만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일을 해내게 만들기도 하는 현실 왜곡장을 갖춘, 똑똑하지만 까다로운 보스라는 점에서 특히 그랬다. 그는 동료든 경쟁자든 모두와 대립각을 세울 수 있었다. 2011년 애플의 CEO 직위에 오른 팀 쿡은 달랐다. 그는 침착하고 규율을 지키며 상대방을 무장 해제시킬 정도로 예의바른 사람이었다. 필요할 때는 강인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늘 불필요한 대립은 피했다. 잡스와 머스크는 드라마 같은 상황에 끌리는 것처럼 보였지만 쿡은 그런 극적인 상황을 해소하는 본능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한결같은 도덕적 나침반을 가지고 있었다." - page 667

 내가 생각하는 일론 머스크의 업적은 제조업이 거의 사라졌던 미국에서, 선진국이 할 수 있는 초고부가가치 제조업을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재창조했다는 점이다. 그 기반의 많은 부분은 일론 머스크가 학부 시절에 물리학을 전공했다는 점에 있었다. 일례로 머스크는 스페이스X에서 '바보 지수(idiot index)'라는 개념을 만들었다. 부품의 총 비용에 대한 원자재 비용의 비율을 계산해 뽑는 지수였다. 바보 지수가 높은 부품 - 예컨대, 원자재인 알루미늄의 가격은 100달러인데 그것으로 만든 부품은 1,000달러에 달하는 경우 - 은 설계가 너무 복잡하거나 제조 공정이 너무 비효율적일 가능성이 높았다. 이런 부품들을 어떻게 하면 극단적으로 (약 80%!!!) 절감할 수 있는지 엔지니어들을 몰아치는데 이 과정에서 수많은 기술진들이 해고되고 쫓겨나가기도 했다. 그런데,,, 결국 거의 유사한 수준으로 절감하여 SPACE X는 재활용 할 수 있는 로켓을 지금 이 순간에도 우주로 쏘아 올리고, 이러한 원가 개선 방식에서 확장해 간 기가프레스로 만든 차체의 TESLA 자동차들이 도로를 누비고 있다. 

 일론 머스크와 빌 게이츠가 교류했던 내용도 좀 재밌다. 아이러니 하다고 해야 할까? 서로 다른 세상에서 다르게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이 엇갈려간 내용인데 공유하려고 옮겨 보았다.

 "이 싸움은 둘의 서로 다른 사고방식을 반영했다. 게이츠에게 왜 테슬라 주식을 공매도했는지 물었더니, 그는 전기자동차의 공급이 수요를 앞질러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추정했다고 설명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여전히 같은 의문이 들었다. 왜 그는 그 주식을 공매도했을까? 게이츠는 방금 설명한 내용을 이해하지 못했느냐는 듯이 나를 쳐다보더니 너무도 당연하다는 듯이 다시 대답했다. 테슬라를 공매도하면 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했다는 것이었다.

그런 사고방식은 머스크에게는 낯선 것이었다. 그는 세상을 전기자동차 시대로 바꾼다는 사명의 정당성을 믿었고, 안전한 투자가 아닌 것처럼 보였을 때 조차도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가용한 모든 자금을 투입했다. "어떻게 기후 변화에 맞서 싸우는데 열정을 쏟는다고 말하면서 그 분야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하는 회사의 전체 투자액을 갉아먹는 일을 할 수 있을까요?" 게이츠의 방문 며칠 후 머스크가 내게 물었다. "그것은 순진한 위선이에요. 왜 지속 가능한 에너지 자동차 회사의 실패로 돈을 벌려고 하냐고요?" 게이츠는 4월 중순 머스크에게 자신이 직접 작성한 자선 옵션에 관한 설명서를 보냈다. 머스크는 문자로 간단한 질문을 던지는 것으로 반응을 보였다. "아직도 테슬라에 대해 5억 달러의 공매도 포지션을 보유하고 계신가요? 게이츠는 이제 막 대학원에 입학한 아들 로리와 함께 워싱턴DC의 포시즌스 호텔 식당에 앉아 있었는데, 웃으면서 로리에게 문자를 보여주며 어떻게 대답할지 조언을 구했다. "그냥 '예'라고 대답한 다음 빠르게 주제를 바꾸세요" 로리가 제안했다.

게이츠는 그렇게 문자를 보냈다. "아직 거래를 중단하지 못해서 미안하군요" 그런 후 덧붙였다. "자선 활동의 가능성에 대해 논의하고 싶군요" 먹히지 않았다. "죄송합니다" 머스크가 즉시 받아쳤다. "기후 변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테슬라에 대해 대규모 공매도 포지션을 취하고 있는 분의 기후에 대한 자선활동을 진지하게 받아들일 수가 없습니다." ... (중략) ... 게이츠는 머스크가 왜 자신의 공매도 투자에 대해 화를 내는지 진정으로 의아해했다. 그리고 머스크는 게이츠가 그것을 의아해한다는 사실에 대해 같은 정도로 의아해했다. 머스크는 게이츠와 문자를 주고 받은 직후 나에게 문자를 보냈다. '이 시점에서 나는 그가 명백히 미쳤다고 (그리고 완전히 얼간이라고) 확신합니다. 사실 그를 좋아하고 싶었는데(한숨)'

하지만 게이츠는 훨씬 자애로웠다. 그해 말, 워싱턴DC에서 열린 만찬에 참석했을 때 사람들이 머스크를 비판하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일론의 행동방식에 대해 어떤 식으로 느끼든 그것은 여러분의 자유입니다. 하지만 우리 시대에서 과학과 혁신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그보다 더 많은 일을 한 사람이 없다는 것은 확실합니다." - page 523 ~ 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