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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벌이의 즐거움

이것으로 충분한 - 무인양품 디자인 1/2

 의류와 패션에 별 관심이 없고, 더욱이 생활 잡화등에는 더더욱 관심이 없는 종족인 내가 무인양품과 나름의 인연을 맺은 것은 중국 주재원 시절이었다. 중경지사 건물 지하 1층에 무인양품 매장이 있었는데 매장 분위기와 색감(나무색이라고 할 만한 연갈색)이 좋아 출퇴근할 때 지나가면서 좀 기분 좋은 느낌이 들었다. 그러다 지사 현지 직원들 생일에 선물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와이프가 무인양품에서  선물을 고르면 어떻겠냐는 얘기를 했다. 그렇게 해서 무인양품은 직원 생일 선물을 사러가는 곳으로 일년에 몇번씩 찾는 곳이 되었다.

 무인양품은 일본 양품기획이란 회사의 의류 및 생활잡화 브랜드다. '이것이 좋다'가 아니라 '이것으로 충분하다'라는 절제된 선택을 선호하는 사고방식을 추구하는 브랜드와 디자인 철학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라이프 스타일을 '기분 좋은 생활'이라 표현해 왔다고 한다. 이 두권의 책에서는 이러한 브랜드와 디자인 철학을 어떻게 수립하고 실행해 나가는지 다양한 사례들을 보여주고 있다. 주로 인터뷰, 실제 제품 사례, 매장 구성 및 역사 등에 대한 이야기라 책은 아주 쉽게 읽을 수 있다.

 앞서 소개해 드린 다른 미국 IT플랫폼 업체나, 크레프톤 사례처럼 실패와 극복에 대한 이야기는 그렇게 많이 나오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자화자찬과 용비어천가 같은 분위기는 아니긴하지만, 실패 사례와 이를 바탕으로 어떤 진보와 진화가 있었는지의 Case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들었다. '유니클로'와 '무인양품' 같은 일본 브랜드 중 꽤 해외에서 잘 나가는 브랜드들은 공통적으로 '단순'과 '절제'를 미덕으로 삼는 것 같은 인상을 받기도 한다. 의류든 생활용품이든 요란하고 화려한 것보다 심플하며, 내가 원하는 위치에 정돈된 상태로 있는 것을 좋아하는 나같은 사람의 취향에는 아주 잘 맞는 것 같다.

 다만 한편으로 나와 취향이 다른 사람들 - 예를 들면 화려하고 감각적인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 혹은 모든 것이 꼭 정돈되어 있어야 한다는 의식이 강하지 않는 사람들; 요즘은 MBTI로 표현을 많이 하기도 하지만 - 에게까지 어필하는 지는 잘 모르겠다. 위에 언급한 절제와 정돈의 미의식을 그렇게 선호하지 않는 사람; 그런 것이 지나치면 '강박'이라고 생각하는 고객까지 타켓하지 않는 것은 분명하기 때문에 아주 대중적인 감성이라고 볼 수 있을지 좀 궁금하기도 하다. 다만 '유니클로'든 '무인양품'이든 일본 특유의 모노쯔쿠리(장인정신) 같은 게 있어서 소재와 질감등에 대한 집착에 가까운 완성도를 보여주는 사례들이 많이 나온다. 실용적인 측면에서는 가성비를 고려하면 꽤 매력적인 Product를 선보이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무인(상표가 없는)의 양품(좋은 제품)', <화려함을 피한다>, <소재 본연의 것을 소중히 한다>를 철학으로 삼는 회사와 디자인 속 이야기를 들여다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