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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學과 藝術의 뜰

가짜 상속녀 이야기 - '애나 만들기(Inventing Anna)'

 실화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라는 것이 아주 놀라울 때가 있다. '머니볼' 같은 스포츠 드라마는 실화라 더 가슴 벅차고, '수리남'은 어떻게 저런 일이 실제로 있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비현실적이라 실화라는 것을 믿을 수가 없었다. '애나 만들기'는 이런 점에서 실화가 아니었으면 너무 허무맹랑하다는 생각이 들어 실화이기 때문에 유명해진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즉, 머니볼과 수리남은 작품도 너무 멋있지만 실화라서 다른 측면으로 더 감동적인데, '애나 만들기'는 실화가 아니었으면 아마 넷플릭스 시리즈물로 태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써놓고 보니, 비현실적인 것과 허무맹랑한 것의 차이에 대해 생각해 보기도 하였다. 

 애나 델비는 자신이 독일의 유명한 갑부의 상속녀라고 뻥치면서(남녀를 불문하고) 사람들을 유인한다. 인맥이 인맥을 만들고 이를 인스타그램등 소셜 미디어로 전파하면서 주위 사람들은 그녀를 정말로 독일 갑부의 상속녀라고 믿게 된다. 세련되고 스타일리쉬한 (독일인 상속녀?!) 애나 델비를 위해 투자하고 그녀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 애 쓴다. 애나 델비는 ADF라는 뉴욕 사교계의 클럽 성격의 재단을 만드는 것이 목표였는데 이를 위해 대형 은행, 자산관리사, 헤지펀드, 로펌, 부동산 개발업자, 자선가 등 뉴욕의 엘리트들을 움직이며, 이를 위한 거대한 자산을 대출받기 직전에 좌절하고 만다.

 애나 델비의 이야기를 취재하는 사실상의 화자인 열혈 기자 '비비안 캔트'와 나락으로 떨어진 애나 델비를 지켜주는 토드 스포덱 변호사의 활약 역시 인상적이다. 변호사로 성공하고 싶은 사적 욕심과 애나를 진심으로 변호하려는 심정 둘 다 내면에서 복잡하게 얽혀가는데, 비비안의 취재와 애나의 재판 과정에서 비비안과 공조 한다.
 이미지와 말빨 만으로 뉴욕 거물들과 사교계가 저렇게 들썩였었다는 것도 놀랍고, 그 과정에서 사람들의 욕망이 어떤 식으로 부딪혀가는지를 노련하게 녹여낸 감독과 작가, 배우들도 압도적이다. 매력적인 악녀 애나 델비를 연기한 '줄리아 가너'는 다른 작품에서는 어떤 모습을 보여주는 지도 궁금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