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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學과 藝術의 뜰

작지만 의미 있는 계란들의 질주 - '1987'



계주하듯 바통을 이어받으며 거대한 바위에 기꺼이 몸을 날리는, 작지만 의미 있는 계란들의 질주 - '정시우 평론가'




과거의 역사적 진실을 되짚는 작업은 뭐가 도덕적으로 느껴지고, 영화의 완성도가 기대 이하라도 심성적인 가산점을 주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이 작품 1987은 전혀 그럴 필요가 없는 작품이다.


대공차장이라는 신념적 악과, 영화 전면에 나오지 않지만 항상 액자에 걸려 있는 폭력의 근원인 전두환과 군사정권의 어두움이 화면 전체에 주르르 흘러내린다. 그 암울한 시대의 균열을 일으키기 위해 릴레이 하듯 스스로의 온힘을 던지는 사람들. 공안부장(하정우) 같이 그 저항이 경쾌해 보이는 사람도 간혹 있지만 대부분은 적어도 마음 한켠에 불안과 공포를 가지고 있고 그 공포를 연희(김태리)가 노골적으로 물어본다. 어쩌면 그 안에 깊숙히 있는 사람들은 차마 하지 못했던 이야기.


박진감과 스릴이 있어 엄중한 역사적 사실을 즐기는 듯한 느낌이 들어 불편해질 만큼 극적인 재미도 있다. 결국 많은 사람들이 알다시피 직선재를 이루어 냈으나 결론은 전두환의 후계자 노태우에게 정권은 이양되고, 그 실망과 좌절은 영화가 한창 상영중인 2017년 촛불로 다시 극복하게 되는... 그래서 현재 시점에서 돌아보면 해피엔딩으로 가는 과정이었던 우리의 현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