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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길 닫는데로/Kiwi Story

뉴질랜드에서의 마지막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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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래하고 10:30경 체크아웃 하고 나서 박물관에 먼저 갔다. 다른 전시물은 어디서나 볼 수 있으나 마오리족과 ANZAC에 관한 전시물은 이 곳이 아니면 보기 힘들기 때문. 무엇보다도 어떻게 마오리족이 아메리카 인디언이나 앱오리진등 다른 이민국의 원주민들과 달리 자연스럽게 유럽인들과 공존할 수 있었는지가 궁금했는데, 그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찾을 수 없었다. 내 영어실력이 딸려선지 아니면 어디 있었는지 찾을 수 없어선지 몰라도... --;;

아, 중고등학교 시절 문화의 다양성 등을 배우면서 코를 비비며 인사하는 어떤 사람들에 대한 걸 배운 기억이 나는지. 그 민족이 바로 마오리족! 마오리족은 만나면 서로 코를 비비며 "Kia Ora"라고 인사한다. '안녕하세요'라는 뜻!


마오리 부족의 독특한 문양과 생활 양식등을 살펴보고 사진도 찍은 다음 뉴질랜드가 오늘날까지 어떻게 이민자들을 받아들이고 살아왔는지 등에 대해서도 유심히 보았다. 사실 호주나 미국, 캐나다 같은 다른 이민국들과 크게 다를 바는 없는 듯 함.

뉴질랜드의 역사에 대해 알고 싶으면 Lonely Planet에 자세히 나와 있으니 읽어보시라. 물론 영어로 적혀 있다. --;;



호주에 있을 때 ANZAC에 대해서 자세하게 배웠는데, 역시 뉴질랜드에서도 자세하게 다루고 있었다. 호주와 뉴질랜드의 짧은 역사에서 가장 치욕스러운 전쟁사.

내용인 즉슨 제 1차 세계대전에서 터키, 독일 등과 전쟁을 벌이고 있던 영국이 형제국인 호주와 뉴질랜드에게 터키군과 싸워달라고 원군 요청을 했단다. 그래서 호주와 뉴질랜드는 함께 연합군을 만들어 유럽으로 군대를 파견했고, 지휘는 영국군 총사령관의 명을 받도록 했다고,

그러나 영국 지휘관이 지형을 고려하지 않은 작전을 짜서 상당히 많은 병력이 무의미하게 죽어갔던 모양이다. 갈리폴리라는 연안에 상륙해 어떤 언덕을 올라가야 터키군과 싸울 수 있는데 언덕에 올라가는 족족 터키군의 사격에 당했다.

작전 변경을 요청했으나, 무지한 영국 지휘관들은 그냥 계속 공격하기를 명령했고, 이러기를 8개월 동안이나 했단다.

그래서 매년 5월 경(정확히는 기억 안남)에 처음 갈리폴리에 상륙한 날을 ANZAC Day라고 해서 기념함. 전쟁기념일이나 마찬가지.

슬픈 패전사이기도 하면서, 또한 영연방인 호주나 뉴질랜드가 영국을 그다지 신뢰하지 못하게 된 계기도 되었다고 한다. 어떤 신문에서는 '런던의 책상머리에 앉아있는 멍청한 몇 사람 때문에 우리의 고귀한 생명이 무의미하게 죽어갔다.'라고 강력하게 비판하기도 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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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다녀오고, 인터넷 카페에 이렇게 앉아 있다가 홍합과 몇 가지 것들을 산 다음 간단히 점심먹고 공항으로 떠날 예정.

단지 2주 뿐이었지만, 정들은 이 나라를 떠나려고 하니 정말 섭섭하기도 하다.

영연방이고 같은 언어를 쓰는 이민국이기 때문에 도시의 모습은 호주와 많이 비슷하지만, 자연은 많이 다른 것 같다. 도시를 벗어나면 주로 넓은 평야이거나 황무지, 사막인 호주와 달리 뉴질랜드는 산으로 이루어져 있다.

높은 산 꼭대기에는 항상 녹지 않은 눈과 얼음이 있고, 산 왼편에는 아름다운 해변가가 있으며, 바다로 착각할 만큼 넓고 아름답고 깨끗한 호수를 가지고 있는 환상적인 나라.

수돗물을 마셔도 전혀 문제가 없기 때문에 정수기를 갖다 놓지 않는 나라. 원주민인 마오리족의 문화와 전통을 유럽인 그들 자신의 것처럼 소중히 여기며 그들의 언어를 공용어로 사용하는 아름다운 문화를 간직한 나라.

세계에서 가장 선진적인 정치 체계와 문화를 가지고 그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나라. 웃음과 친절, 배려가 항상 몸에 배어있는 사람들...

왠지 나는 호주보다 이 나라가 더 애정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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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하면, 영어공부를 하기에 NZ는 그리 적당한 나라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가장 큰 도시인 Auckland가 유일하게 인구 100만명이 넘는 도시인데, Auckland에는 한국 사람이 너무 많아서 문제.

그 외의 도시 Wellington이나 Christchurch, Dunedin의 도시는 참 아름다운 도시이긴 하지만, 10만에서 30만 내외의 인구 때문에 문화와 이벤트가 너무 적음.

내가 공부한 Melbourne은 문화적인 향기가 아주 짙고 항상 축제와 이벤트가 있기 때문에 함께 공부하는 친구들과 이곳저곳 놀러 다니기도 하면서 영어도 많이 향상되었던 것 같다. 그러나 NZ에서는 Auckland를 제외한 도시에서 그런 것을 많이 기대하기는 힘들 것 같다.

몇 몇 사람들이 강한 Kiwi액센트를 얘기하기도 하는데, 글세...

내가 영어실력이 짧아서 그런지 그런 것은 잘 모르겠음. 단지 몇 몇
사람들이 너무 빨리 말하거나 정확하지 않은 발음을 해서 문제긴 한데 그건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라고 생각. 내가 만난 수많은 영국 사람들 중에도 정확하지 않은 발음을 한 사람들이 있었음.

그래도 확실히 영국인들의 영어가 나에게는 조금 듣기 편한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여행하기에는 정말 NZ만한 곳이 없음.

호주는 땅덩이가 너무 크고 볼 만한 것들이 해안을 중심으로 너무 군데군데 있고 퍼져 있음. 호주 전체를 다 보려면 최소한 3달은 충분히 걸림.

그러나 뉴질랜드는 호주보다 훨씬 작으면서도(일본과 국토 면적이
비슷하다고 함) 호주에 있는 자연을 거의 그대로 느낄 수 있음.

-물론 사막과 황무지 빼고, 사막과 황무지를 경험하고 싶으면 호주
의 왼쪽 끝 Perth에서 오른 쪽 끝 Sydney까지 대륙횡단 열차를 타
보라고 하더라... 아마 미쳐 버릴 듯 함 -

특히 만년설의 아름다운 산과 깊고 넓은 호수는 뉴질랜드가 아니면 찾아보기 힘든 풍경...

아름다운 자연과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 하이킹과 등산, 낚시등을 좋아하는 사람, 사람 만나고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뉴질랜드에서 전 세계에서 모인 여러 배낭여행자들과 많은 얘기를 나누며 즐겁게 여행할 수 있다.

반지의 제왕에서 볼 수 있었던 환상적인 풍경 속에서 말이다.

특히 뭔가 팍팍하고 찌들어 있는 삶에서 벗어나고 싶은 사람이라면 깊고 넓은 호수와 바다를 한없이 바라보며 자신을 돌아볼 수 있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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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다시 Melbourne으로 돌아가면 17일간 호주 남동부 여행을 시작한다. Melbourne에서 대략 앞 뒤 합해서 일주일 정도 머무를 테니 여행은 전부 10일 정도 되겠지?

이제 일상으로 돌아가기까지 18일 남았다.

그리고 아마 이 글이 이 게시판의 마지막 글이 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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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혼자 여행다녀 본 것 이 처음이라 내심 잘 할 수 있을까
걱정도 했지만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즐거운 여행이었다.

중학교 때 많이 했던 롤플레잉 게임의 주인공 같이
지나가던 사람에게 정보를 얻기도 하고, 상점에서 아이템 사듯이
물건도 사보고... 물론 때론 실수도 했지만 너무 즐거웠음.

재미있고 친절한 사람들과 아름다운 자연의 풍경. 멋진 유럽풍의
도시들~

앞으로 살다가 뭔가 찌들고 일상을 탈출하고 싶을 때면 이렇게 여행을 떠나야겠다. 살아가면서 무엇이 중요한 것인가도 많이 생각하게 되었는데, 집 몇 평 넓히는 것, 조금 더 좋은 차를 갖는 것. 남들이 나를 조금 더 알아주기를 바라는 것들은 그다지 의미있는 것들이 아니라는 생각이 더욱 확실히 들면서...

아, 모르겠다.
Anyway, 이번 여행은 평생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안녕!~



이정훈 : 다른건 많이 공감이 가는데 오클랜드에 한국인이 많다는건 좀.. 오클랜드 인구 1%도 안됩니다.. 멜번이랑 비슷할듯.. 암튼 좋은 인상을 받으셨다니 좋네요.. 여행 다니시는게 부럽네요.. (06.12 21:11)
우성준 : 옷, 오클랜드에 사시는 분이신가 봐요. 쩝 제가 잘못 알고 있었다면 죄송... --; 시티 돌아다니다가 한국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어서 그렇게 느낀 것 같습니다. ^.^ 정말 아름다운 나라에요. NZ는~ (06.14 09:51)

(싸이월드 : 2005/05/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