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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길 닫는데로/Kiwi Story

Independent 배낭 여행자의 숙소 정하기

뉴질랜드는 혼자 여행하기 참 좋은 곳이다. 호주도 그렇고 캐나다도 그렇다고 하는데 캐나다는 잘 모르겠고, 배낭여행 시스템이 아주 잘 발달되어 있기 때문. 특별히 숙소나 교통요금, 투어 비, 액티비티 등 배낭 여행자들을 위한 할인 요금이 적용되는 것도 많고 무엇보다 백팩커스 시스템이라는 좋은 숙박 시스템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유스호스텔, 콘도, 민박 등과 비슷하면서도 한 방에 4~8개의 침대를 놓고 같이 생활하는 것이다. 요금은 $18 ~ $26 사이(비수기), 우리나라로 치면 14000원 ~ 22000원 정로랄까? 물론, 위와 같은 방만 있는 게 아니고 single, double, twin, family 등의 방도 있다. 커플끼리는 double이나 twin 룸을 쓰고 가족 끼리는 family를 쓰는 게 좋으며, 혼자 여행하거나 동성의 친구와 여행할 때에는 아까 말한 형태의 방에서 지낸다. 보통 dormitory라고 하거나 shared room이라고 함. 혹은 장시간 dormitory 생활에 지쳐 혼자 만의 시간을 보내고 싶은 사람은 single room을 쓰기도 하는데 요금은 $10 ~ 20 정도 비싸다.

shared room에는 남녀 구분이 없다. 한 방에서 섞여서 함께 묵는데 무슨 사고가 났다는 얘기는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고, 너무 자연스럽다. 원한다면 성비는 맞춰 주기도 한다고 하지만 그런 걸 요구하는 것은 상당히 드물다고... 어제는 호주 여성분과 단 둘이 잤다. --;;;

만약 어떤 백팩커스가 침대 4개 짜리 15개의 shared room을 가지고 있고 그 날 손님이 15명이라고 한다면 한 방에 한명씩 재우는 게 아니라 2명이나, 3명씩 한 방에 배정한다. 효율적으로 관리한다는 측면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심심하지 않기 때문. 이런저런 얘기도 하기도 하고, 좋은 여행 정보가 있으면 공유하기도 하는 등. 가끔씩 아주 재미있는 사람도 만나는데, Nelson에서 이태리 친구와 Queenstown에서의 대만여자분 같은 경우가 그랬다. Greymouth 에서 만난 영국친구 Jimmy도 아주 친절하고 다정했던 친구.

이런 사람들과 함께 묵으면 아주 기분좋게 저녁 시간을 보낼 수 있다. Queenstown에서 하루 4인용 shared room에 혼자 잔 적이 있었는데 다른 사람 신경 안 써도 되니 편하긴 했지만 조금 심심하기도 했다.

그러나 모든 백팩커스가 그런 것은 아님. 대도시에 있는 큰 백팩커스에서는 그런 안락하고 포근한 분위기를 기대하기 힘들다. 사람들도 너무 많고 여기저기 들락날락 거리기도 하며 다른 사람 안중에도 없이 자기 멋대로 행동하는 사람도 많기 때문이다.



뉴질랜드의 백팩커스에는 YHA와 BBH 종류가 있다.

둘다 회원제로 운영하며 YHA는 Youth Hostel Association의 약자로 대부분 시설이 아주 깨끗하고 관리가 잘 되어있다. 그대신 약간 요금이 비쌈($2~3 정도) YHA카드를 가지고 YHA에서 묵으면 $3~4 할인해 준다. 그리고 무엇보다 YHA카드는 국제적으로 통하는 데 뉴질랜드 뿐만 아니라 호주, 캐나다에서도 YHA에서 할인된 가격에 묵을 수 있다. 유럽은 잘 모르겠음.

BBH는 뉴질랜드 백팩커스 연합이다.(참고로 호주는 이와 비슷한게 VIP라고 있다고 한다.) 역시 BBH카드를 갖고 BBH 백팩커스에서 묵으면 할인 받을 수 있다. BBH는 YHA보다 훨씬 숙소가 많기 때문에 선택의 폭이 다양하다. 좋은 시설의 BBH 백팩커스는 YHA만큼 시설이 좋지만 그렇지 않은 곳은 지저분하고 시끄럽다고... 다행이 나는 그렇게 나쁜 BBH 백팩커스에서 지내진 않았다.

만일 커플이나 가족이 여행할 생각이면 안전한 YHA숙소를 주로 이용하는게 좋다. 대부분의 YHA숙소는 믿을만 하니까. 그러나 혼자 여행하면서 가족같은 따뜻한 분위기에 여러 친구들을 만나고 싶다면 큰 도시(Auckland, Wellington, Christchurch, Queenstown, Dunedin)에서는 작은 규모의 깨끗하고 조용하며 별 3개 이상의 BBH 백팩커스에서 묵고, 조그만 마을에서 묵는다면 역시 YHA가 나을 듯 하다.

대부분의 YHA는 별 3개 plus+ 이상이다. 어느 곳이든 Visitor Center(I-Site)에 가면 YHAㆍBBH 숙소에 대한 정보가 있고 또한 함께 묵는 친구들에게 다음 숙소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아무래도 여행다니는 사람끼리 추천해 주는 숙소가 더 믿음이 가겠지?

앞에서 배낭 여행자 할인 혜택 얘기를 했는데 YHA, BBH카드를 소지하는게 배낭 여행자를 나타내는 표시다. 숙소 뿐만이 아니라 다른 여러가지 할인 혜택이 있으므로 2주 이상 여행이라면 YHA나 BBH 카드 둘 중 하나는 꼭 만들라고 권하고 싶다. 나는 YHA카드와 ISIC(국제 학생증)카드를 갖고 다녔다.

* 사진은 마지막에 묵은 Christchurch Central YHA.
별 4개 짜리 숙소로 Dormitory형태의 방은 대략 이렇게 생겼다.

(싸이월드 : 2005/05/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