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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學과 藝術의 뜰

사랑스런 라디오 스타 - '과속 스캔들'


대중적 관객의 요구에서 그리 멀지 않는 예술성과 상업성이 맞물려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던 한국 영화는 2006년 정도에 정점을 찍더니 점점 그 힘을 상실해 갔다. 올 한해 전 국민의 관심을 받았던 영화라면 '추격자' 정도일까? 그 이외의 영화는 관객의 머리 속에서 그리 오래 자리잡지 못했다. 영화의 수준도 수준이지만, 이는 전반적으로 상영된 한국 영화의 절대량이 적었던 것도 영향이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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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환경 속에서 '과속스캔들'은 실로 오랜만에 300만을 찍고 400만을 향해 달려가는 대박을 쳤다. 장사치의 잇속을 따진다면 원가도 비교적 저렴한 편. 서울의 큰 오피스텔, 어린이집, 동물병원 라디오 부스를 제외하면 영화 배경이 되는 장소도 얼마 없다. 차태현을 제외하면 그다지 눈에 띄는 스타가 없었던 것도 그렇다.

빈틈없는 짜임새와 전율에 가까운 연기, 숨쉴틈 없는 긴박감이 일품이었던 연출의 '추격자'는 편단, 관객 모두의 박수를 받았던 완벽한 영화였다. 이에 반해 통속적인 해피엔딩의 '과속스캔들'은 어떻게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았을까? 무난히 괜찮은 스토리, 무난히 갖춰진 연출력에다 결정적으로 박보영의 매력이(연기력을 포함한) 더해졌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황정남(박보영)은 아비없이 자란 미혼모의 딸이자 그녀 또한 5살짜리 아비없는 아이를 길러내고 있는 미혼모이다. 그다지 넉넉하지 못했을(추측컨데) 형편에다 미혼모에 대한 시선이 얼음짱같은 대한민국에서 결코 순탄하게 살 수 없었을 인물이었다. 그러나 감독은 그녀에게서 세파에 시달린 찌든 여성의 이미지를 거세하였다.

단지 그녀는 부모의 사랑을 받고자 하는 예쁜 딸로서, 아이에 대한 사랑이 가득한 어머니로서, 하고 싶은 것 많은 22살의 젊은 여성으로서, 헤어진 애인을 그리워하는 여자로서의 위치가 부여되었다. 발랄한 코미디물의 황제 차태현이 위축될 정도로 돋보인 박보영의 매력이 영화 전반을 이끌어 간다면 지나친 생각일까? 차태현은 그의 귀여운 이미지로 항상 상대 여배우의 매력을 증폭시키는 힘이 있다. '전지현', '손예진'과 같은 러브라인은 아닌 비록 딸이지만, '박보영'역시 그런 연장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어쨌든 이러쿵 저러쿵해서 우리는 기대했던 해피앤딩의 결말을 보게 되었지만, 끝맺음을 놓고 보면 조금 허무하기도 하다. 남현수(차태현)는 과속스캔들이 터져도 인기에 지장이 없었던 연예계의 포지셔닝에 위치해 있었을 뿐이고, 황정남이 딸이라는 스캔들보다 애인이라는 스캔들이 더 추잡스러웠을 뻔 했던 것이다.

이에, 우리는 이 영화를 보고 스스로를 정말 냉정하게 판단할 수 있는 지혜를 가져야 한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다는 말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