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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널 도우면 형벌, 날 도우면 천벌 - 넷플릭스 '더글로리' 아직 파트1(8회)만 종결되어 감상평을 적기는 이르다. 파트1이 마무리되긴 했지만 이야기의 쉼표도 찍지 못했기 때문이다. 주인공 문동은의 복수도 복수지만, 주여정의 아버지를 죽인 살인범 죄수와의 갈등과 세명초등학교의 어설픈 빌런 선생님들의 이야기도 좀 남아있고, 박연진 남편인 하도영이 문동은의 조력자가 될지 방관자가 될지 어떨지 알 수 없는 점이 이야기의 종결까지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 같다. 확실한 건, 넷플릭스에서 이 악물고 만드는 시리즈물은 뭔가 차원이 다른 짜임새를 갖춘다는 점이다. 2022년 최고의 시리즈물 '수리남'에 이어 숨쉴틈 없이 몰아치는 복수극,,, 비슷한 시기에 나온 '재벌집 막내아들'도 인기는 꽤 많았지만 마지막 16회의 어설픈 마무리가 아니더라도 사실 허술한 부분과 공감하기 어려운.. 더보기
어수선한 액션극 - '공조1' 유튜브 알고리즘에 윤아와 현빈이 자꾸 짤로 돌아다니길래 뭔가 하고 넷플릭스로 보게 되었다. 이 영화의 백미는 '윤아'의 귀여운 푼수짓이었는데, 중간에 너무 웃었더니 와이프가 무슨일이 났냐고 물어볼 정도... 근데 그게 다였다. 개연성과 설득력 없는 스토리, 특별할 것 없는 액션신. 신나는 액션영화를 원한다면 마동석의 범죄도시 시리즈가 답일 수도. 가장 최악은 딕션이었는데, 중간에 볼륨을 크게 올리지 않으면 무슨 대사를 치는지 알 수 없었다. 공조2는... 감독이 바뀐 모양인데 작은 기대를 가지고 한번 봐야할지 의문이다. 더보기
어떻게 플랫폼 생태계를 구축할 것인가 - '플랫폼 비즈니스의 모든 것' IT플랫폼 업계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한 책읽기 시리즈 중, 가장 교과서적으로 보이는 책을 알라딘 중고매장에서 발견해서 약 한달간 조금씩 꾸준히 읽어 보았다. 플랫폼 사업에 대해 과장도 편견도 없이 비교적 담백하게 적어낸 책으로 대학교 1학년 학생이 교양수업으로 들을 때 사용하면 좋은 정도의 느낌. 현업에서 업무할 때 영감을 얻기 위한 목적으로 읽은 내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성공과 실패, 특히 실패에 대한 사례분석에 관심이 많았다. 운 좋게도 제조업, 유통업(종합상사)를 거쳐 IT플랫폼 업계에 몸담게 된 나로서 가장 인상깊은 부분은 제 5장 '플랫폼 전환 : 전통 기업이 플랫폼 비즈니스를 시작하는 법'이었다. 전통적인 기업이 플랫폼 사업에 발을 딛게 되는 경로를 크게 3가지로 보고 있는데 1) 이미 플랫폼이.. 더보기
내 삶 속에 찾아온 이야기들 - 김훈, '저만치 혼자서' 많은 사람들이 , , 등 김훈 선생의 역사 기반 소설을 좋아한다. 하지만 정말 김훈 선생의 팬이라면, 그래서 김훈 선생의 신간을 놓치지 않고 읽는 독자라면 선생님의 역사물 못지않게 현대물, 특히 단편소설의 매력을 잘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긴, 단편소설 못지 않게 에세이도 감동적이긴 하다. 역사 소설이나 현대 소설이나 김훈 선생의 공통적인 특징은 정말 디테일한 ‘취재'를 기반하여 작품을 끌고 나가는데 있다. 예전 어떤 인터뷰에서 김훈 선생은 본인이 직접 보지 않거나 확인하지 않은 것들은 감히 글로 담을 수 없다고 하셨다. 아울러, 그래서 이데올로기나 현실에 기반하지 않은 구름 위의 어떤 사상, 신념 같은 것은 다루기를 꺼리고, 오직 현실에 발딛고 있는 각 개별 인간의 군상들에 주로 관심을 둔다고 .. 더보기
초원과 산맥에 흩어진 문명과 야만의 조각 - 김훈, '달 너머로 달리는 말' 사람이 동물에서 인간 모습을 점점 더 갖추어갈 즈음 오래 전 어느 때, 태초라고 부를 정도의 원시의 세계에서 유목 생활에 근거한 '초'나라와 농경 문화의 '단'나라 사이에 일어난 전쟁에 대한 이야기다. 우리 역사로 보자면 고조선보다도 이전 시대, 인간이 문명화되고 있는 시기 사람과 사람, 사람과 말, 말과 말이 공존하고 있는 세계를 묘사하였다. 이미 상상력의 규모가 SF수준인 스케일의 신화적 작품이라 내 개인적인 취향과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 다만 중국 농경 민족이나 우리나라가, 북방 유목 민족과 크고 작은 싸움이 있었던 경험과 역사가 있었기 때문에 대략 그 시대의 대립에 미루어 짐작하거나 상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김훈 선생님의 섬세하고 강인한 풍경묘사와 그 사실적인 묘사가 서사로 이어지는 힘을 무.. 더보기
포수, 무직, 담배팔이 - 김훈, '하얼빈' '안중근은 체포된 후 일본인 검찰관이 진행한 첫 신문에서 자신의 직업이 '포수'라고 말했다. 기소된 후 재판정에서는 '무직'이라고 말했다. 안중근의 동지이며 공범인 우덕순은 직업이 '담배팔이'라고 일관되게 말했다. 포수, 무직, 담배팔이, 이 세 단어의 순수성이 이 소설을 쓰는 동안 등대처럼 나를 인도해 주었다. (중략...) 이 청년들의 생애에서, 그리고 체포된 후의 수사와 재판의 과정에서 포수, 무직, 담배팔이라는 세 단어는 다른 많은 말들을 흔들어 깨워서 시대의 악과 맞서는 힘의 대열을 이루었다. (중략...) 안중근의 빛나는 청춘을 소설로 써보려는 것은 내 고단한 청춘의 소망이었다. 나는 밥벌이를 하는 틈틈이 자료와 기록들을 찾아보았고, 이토 히로부미의 생애의 족적을 찾아서 일본의 여러 곳을 들여.. 더보기
뮤지컬 영화라... - '인생은 아름다워' 좋아하는 국립외교원 교수님의 페이스북에서 본 감상평을 보고 와이프와 함께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차 쓰고 CGV판교로 갔다. 이 영화에 나왔던 조조할인으로 ㅎㅎ 우리나라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없었던 뮤지컬 영화다. '라라랜드'를 연상한다는 이야기도 있었는데, 아쉽지만 라라랜드 같은 수준있는 뮤지컬 라인이라 보기는 어려웠다. 그러나 내나이 또래에 한창 들었던 1990년~2000년 음악을 배경을 바탕으로 하고 있어 추억을 곱씹을 수는 있었다. 중간에 류승룡식 깨알 유머도 괜찮았고, 마지막에 눈물 바다를 유인한 설정도 있었다. 울다가 웃기다가하는 감정의 파도는 일렁였으나 전반적으로 '과하다'는 느낌을 지우기는 힘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더보기
사기꾼의 야구공 - 넷플릭스 '수리남' 그저 압도적으로 재밌는 시리즈물이다. 무엇보다 이런 다이나믹한 이야기가 실존을 바탕으로 했던 점이 놀라운데, 실제 윤종빈 감독의 인터뷰에 따르면 실화가 더 영화적이어서 작위적으로 보이지 않기 위해 무엇을 뺄야 할지 고민했다고 한다. 서스펜스 스릴러의 최고봉이고, '오징어게임'만큼 잔인하지는 않으면서 그 못지 않게 긴장감을 느낄 수 있는 미친 재미의 작품이었다. 사실 한 회가 끝나고 몇 몇 인상 깊은 장면은 다시 되돌려 보기도 했는데 그래도 전혀 지루하지 않다. 실화가 해피엔딩이라 결말도 결국엔 해피엔딩일 거라고 이해하고 보면 좀 두근거리는 건 덜 할 수 있는데, 그래도 직접 보면서 쫄린 긴장감은 반드시 직접 느껴봐야 한다. 넷플릭스의 코멘터리 링크 걸어둔다. https://www.youtube.com/w..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