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과 藝術의 뜰

한편의 부조리극 - 밀란쿤데라, '이별의 왈츠'

주니우 2025. 5. 30. 11:08

 문가영님이 좋아하는 밀란쿤데라의 '무의미의 축제'(https://juneywoo.tistory.com/473)를 읽고 느낀 실망과 밀란쿤데라라는 작가에 대한 편견을 없애 보고자 '이별의 왈츠'를 읽어 보았다. 생각보다 훨씬 흥미진진하고 유머스러웠다. 여러 인물과 사건이 얇게 겹쳐져 있는 잘 만든 연극 작품을 보고 나온 느낌이었다.

 1970년대 초 체코의 작은 온천마을에서 일하는 간호사 루제나는 수도 프라하에서 연주하러 온 유명한 트럼펫 주자 클리마와 연주 뒤풀이에서 어울리다 하룻밤을 보내고 임신을 한다. 태어나서 한번도 이 작은 온천마을을 떠나 본 적이 없는 루제나는 유부남이지만 매력적이고 유명인인 클리마의 아이를 낳을지 말지 번민하며, 많은 작품에서 (혹은 우리 주위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클리마는 루제나가 낙태하도록 필사적으로 노력한다. 이 이야기의 큰 줄기 옆으로 루제나를 낙태해 줄 수 있는 능력과 권한을 가진 슈크레타 의사, 온천마을에 휴양을 온 부유하고 여유있는 베르틀레프, 클리마에게 의심을 거두지 못하는 그의 아름다운 아내 카밀라, 체코를 떠나기 전에 슈크레타 의사를 찾아온 야쿠프 등의 사연이 크고 작은 가지를 이룬다. 이 안에서 이기심, 욕망, 번뇌, 사랑 등이 눈물과 콧물처럼 셖여가고 결국 우연과 뜻밖의 사연이 겹쳐 루제나가 세상을 떠나고 야쿠프가 체코를 떠나면서 작품이 마무리된다. 

 서양의 낯선 나라, 50년 전의 공산주의 체코의 마을을 떠올리며 작품을 몰입하며 읽는게 가능할지 싶었는데, 초반만 지나가면 속도감있게 몰입할 수 있었다. 재미도 있으면서 깊이가 있는 이 작품으로 문가영님의 안목을 다시 한번 신뢰하게 된 점도 작은 수확일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