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과 藝術의 뜰

최은미 '그곳'과 최진영의 '홈 스위트 홈' - 2023년 이상문학상 작품집

주니우 2025. 3. 31. 09:10

 올해 이상문학상 심사에서 필자는 몇 가지 주목할 만한 현상을 목격했다. 우선 후보작에 선정된 16편의 작가들 중 대부분이 2000년 이후에 등단했다는 점이다. 이는 세대 교체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일 터다. 또한 이삼 년 전까지만 해도 압도적 비중을 차지했던 여성 서사가 줄어들면서 소재와 주제 면에서 다양성을 확보한 작품들을 여러 편 만날 수 있었다. 코로나 팬데믹 시대를 관통하면서 동시대 문학이 필연적으로 다채로운 서사 양식을 필요로 한 결과가 아닐까 생각된다. 그 중에는 물론 재난을 다룬 서사들도 포함돼 있었다. 이렇게 올해 이상문학상 심사는 보다 풍성한 담론들이 오간 자리였다. - page 279, 윤대녕 작가의 본심 심사평 중에서

 한국 문학을 사랑하고 즐기는 입장에서 최근 수년간 이상 문학상이나 동인 문학상 등 단편집은 관심이 가지 않았다. 여성 작가가 그 작가 주위의 소재와 주제만으로 뒤덮어버린 작품이 너무 많아 시시하고 지루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소설을 쓰려는 사람들이 읽기에 좋을 수는 있으나 작품을 즐기려는 입장에서 소설가의 주위에 일어나는 일에 무슨 그리 관심이 가겠는가.  드라마 작가를 다룬 드라마나 소설가를 다룬 소설만큼 시시한 것은 없다는 생각이었다. 그러다 도서관에서 오랜만에 집어 들어본 2023년 이상문학상 수상 작품집의 작품들은 윤대녕 선생의 말처럼 과거보다 훨씬 다채로워진 느낌이어 반가웠다. 

 대상은 최진영 작가의 '홈 스위트 홈'이 수상했으나 나는 개인적으로 우수작인 최은미 작가의 '그곳'이 훨씬 더 재미있고 흥미진진했다. '그곳'이 상황에 의해 더 스릴 있기도 하고, 작게나마 남녀간의 감정도 다루고 있으며, 대피를 하러 온 공간이 공포의 장소로 변하는 상황 전개도 재미있었다. 어쩌면 '홈 스위트 홈'은 인물의 내면 중심을 다루고 있어 더 전통 소설에 가깝고, '그곳'은 상황의 반전이 많아서 아무래도 영화나 드라마에 익숙한 나 같은 사람이 받아들이기에 더 편했던 게 아닐까 싶다.

 어쨌든 모처럼 마음을 열고 받아들인 문학상 작품집이었고 시대의 변화에 맞게 한국 현대소설도 변하는 것 같아서 무척 반가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