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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벌이의 즐거움

투지의 전장 - '크래프톤 웨이 : 배틀그라운드 신화를 만든 10년의 도전'

 

책 표지가 눈에 띄어 한눈에 발견하고 큰 고민없이 계산하고 들고 왔다. 이직 후 천천히 하나씩 살펴보고 있는 IT기업사의 한 종류로서, 구글, 아마존, 넷플릭스 이후 국내 기업으로는 처음인 것 같다. 이 책은 넷플릭스와 일견 유사한 형태로 외부 인물이 창업자와 경영진에게서 회사 내부의 모든 사람을 인터뷰할 수 권한을 부여받아 크래프톤의 10년간 일대기를 적어 내려간 책이다. 장병규 의장은 에필로그에서 '크래프톤 10년사'라는 취지에 맞추어 사실에 충실하고 기업 스토리를 가장한 성공 신화나 위인전이 되지 않기를 바랬다고 했는데, 심지어 어떤 누군가에게는 지난 날들이 시궁창으로 느껴졌을 것 같다는 말도 적어 놓았다.

 

많은 사람들이 알다시피, 크래프톤은 2021년에 상장하여 현재 시총 24조에 육박하는 거대 기업이며 세계 최고의 흥행작 배틀그라운드를 제작 운영하고 있다. 그래서 이 책에서 크래프톤의 성공스토리가 어떻게 이어지는지 기대한다면 뭐랄까, 좀 당황스러울 수 있다. 책이 약 530page정도 되는데 초반 창업하기까지 약 90page와 뒷부분 60page의 배틀그라운드의 성공을 뺀 대다수의 내용은 실패와 고난, 고통, 갈등이 점철되어 있다. 어떻게 잘 실패하고 다시 딛고 일어서야되는지에 대한 이야기와 철학이 깊게 녹여져 있다고 해야 할까? 그런 점에서 성공한 회사의 신화와 위인전은 거리가 먼 이야기다. 솔직히 말하면 <영화, 드라마, 음악, 게임, 엔터테인먼트등 창의력을 요하는 흥행산업이라는 건 정말 하면 안되는 거구나>라는 것이 교훈으로 느껴진다고 해야 할 정도다.

특히 그렇게 생각한 이유가, 장병규와 김강석씨가 예측가능한 게임의 성공 시나리오를 짜기 위해서 수없이 많은 계량화 데이터를 추진해 보는데, 결국 다 쓸모 없더라는 이야기... 경영에서 가장 피해야할 것이 불확실성이라면 어쩌면 이런 영화, 게임,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불확실성으로 가득찬 세상에 온 몸을 던지는 게 아닐까 싶고 그런 면에서 창의력을 쥐어짠 도박과 같다는 생각도 드는 것이다. 그러나 또한 한편으로 우리나라도 점차 제조업에서 창의력을 요하는 소프트산업과 플랫폼으로 점차 넘어가는 시기이니, 이러한 판에 뛰어들 수 밖에 없는 것도 어쩔 수 없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하다.

꼭 경영 서적으로 생각할 필요 없이, 게임 - 특히 배틀그라운드 - 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아니 둘 다 좋아하지 않아도 엄청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일단 글을 너무 잘 썼고, 이 회사의 흥망성쇠라는 것이 무슨 영화나 드라마의 이야기 같기 때문이다. 절대 사서 읽어도 아깝지 않을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