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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學과 藝術의 뜰

19명과 1,000명 - '블랙 호크 다운'

 

전쟁 영화는 사실 별다른 스토리가 필요 없는 것 아닌가.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는 사람들의 하나 하나가 모두 극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블랙 호크 다운'은 '전쟁'보다는 24시간 동안 벌어진 하나의 '작전(Mission)'이 주된 배경이다.

 

본 작전을 지휘한 개리슨 장군은 소말리아 모가디슈 전투를 30분에서 최대 1시간 정도면 끝날 거라고 기획한다. 그러나 미군 헬기 블랙 호크가 시가지에서 로켓포에 격추되고, 격추된 부대원을 구출하는 것으로 Mission이 변경되면서 미군 최대 특수부대원들의 생존과 처절한 구출의 사투가 펼쳐진다.

그냥 연출력 하나로 끝판을 깼다고 볼 수 있다. 빗발치는 총알 속에서 부대원들이 블랙 호크가 격추된 시가지를 탈출할 때까지 계속 마음을 졸이게 된다. 인상적인 장면이라면 귀대할 때 장갑차를 타지 못하고 1개 소대 정도가 뛰어서 복귀하게 되는데, 시가지에서 탈출하려고 벗어나면서도 계속 총알 세례를 받게 되고, 부득이하게 아이를 들고 있는 민간인 여인도 쏘게 된다. 그러나 아이디드가 점령한 지역을 조금만 벗어나자 미군을 환영하는 또 한편의 시민들을 만나는데, 마치 마라톤 선수가 도착지에 골인할 때의 느낌이었다. 같은 소말리아, 심지어 같은 도시에 사는 시민들이 얼마나 서로 갈라져 있는지를 역설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영화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무렵, 이 <모가디슈 전투>로 미군은 19명이 사망하고, 소말리아인은 약 1,000명이 사망했다고 나온다. 영화 관람객으로서 미군 특수부대에 감정이입이 되어 동화될 수 밖에 없고, 세계 최강 미국의 특수부대가 쩔쩔매며 겨우 귀환하는 것이 사실 전체 스토리이기는 하다. 그러나 그 와중에 검은 흑인 무리로 덩어리채 밀려들었던 소말리아 무장단체 인원은 무려 천명이나 죽었다고 하니 뭔가 씁쓸한 느낌이다. 만일 영화의 주인공이 미군 특수부대원이 아니고, 소말리아 독재자 아이디스의 부대에 억지로 끌려온 어린 꼬마 병사였다면 어땠을까? 어떤 시선으로 화면이 펼쳐졌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