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文學과 藝術의 뜰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우리들 - '겨우 서른'


중국에서 생활해 보면 중국 대중가요는 나름 들을만하다는 생각이 들어도 영화나 드라마는 수준 이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수년전 주재원 부임 전 <랑야방>을 보면서, '아 중국 드라마도 시대극은 꽤 볼만한 작품들이 생기는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막상 현대물 드라마를 보면 채 2편을 못넘기고 포기하게 되었는데, 넷플릭스에서 알게된 <겨우 서른>을 보니 중국 Trendy 드라마가 어느 정도 수준까지 올라왔는지를 느끼게 되었다. 이 정도 짜임새 있는 작품이 있다니...


올해로 서른을 맞이한 세 여성이 - 왕만니, 구자, 중샤오친 - 상하이를 배경으로 일상에서 겪는 여러 문제들을 나름의 방식으로 서로 의지하며 극복해 나간다. 매회 프롤로그로 노점상을 하는 가족의 이야기가 약 2~3분간 흘러나온다. 3명 식구가 대사 없이 잔잔한 BGM을 바탕으로 궁핍한 한편 아름답게 서로를 보듬어가며 한 회가 마무리 된다. 팽팽한 한 회의 마지막 부분에서 앞선 세 여성 이야기의 긴장을 적절히 이완시켜 주고, 눈에 띄지는 않지만 세 여인의 이야기와 살며시 닿아 있기도 하다.

세 주인공은 서로 비슷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구자' 캐릭터가 인상적이다. 모든 면에서 완벽한 아내, 최고의 엄마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구자는 같은 고급 아파트 펜트하우스의 사모님 클럽에 가입하여 그로 인해 성공도 하고 위기에서 탈출도 하게 되지만, 알고보면 여기서 파생된 인연이 남편의 외도로 이어져 쇠락으로 가는 길로 이끌게 된다. 하긴, 마지막회 차 밭에서 새로운 생활 터전을 꾸리게 되는 구자에게 이 자체를 위기라고 말할 수 있을지도 알 수는 없기도 하다.

스토리도 재미있지만, 무엇보다 화면과 음악이 굉장히 스타일리쉬하다. 아마 여자분들이라면 특히 이 작품에 매력을 느낄 것으로 확신한다. 유투브를 찾아보니, 구글 크롬의 확장 프로그램 "Language Learning from Nexflix"를 설치하면 넷플릭스 작품의 원문과 번역 스크립트를 무료로 다운받을 수 있다. 대학 시절 <프렌즈>로 영어 회화를 공부했던 것처럼 <겨우 서른>의 스크립트를 보면서 중국어 공부도 하고, 드라마의 여운도 더 느껴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