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과 藝術의 뜰

벽과 알 - '잡문집' 무라카미 하루키

주니우 2020. 4. 15. 13:18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관심사에 대해 알고 싶으면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 이 중에 가장 인상 깊은 짧은 글을 하나 가져와 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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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과 알> - 예루살렘상 수상 인사말

(전략) 나는 수상 통지를 받고서 스스로에게 수없이 질문을 던졌습니다. 이 시기에 이스라엘에 가 문학상을 받는 것이 과연 타당한 행위일까, 분쟁의 한쪽 당사자인, 그것도 압도적으로 군사적 우위를 확보하고 그것을 적극적으로 행사하는 국가를 지지하고, 사람들에게 그 방침을 시인하는 인상을 심어주는 행동이 아닐까 하고. 물론 그것은 내가 원하는 바가 아닙니다. 나는 어떠한 전쟁도 인정하지 않으며 어떠한 국가도 지지하지 않습니다. 물론 내 책이 서점에서 불매운동의 대상이 되는 것 또한 전혀 원치 않습니다.

 그러나 심사숙고 끝에 나는 결국 이곳에 오기로 결정했습니다. 그 한 가지 이유는 너무나도 많은 사람들이 "가지 않는 게 좋겠다."고 충고했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소설가가 그렇듯, 나는 일종의 '심술쟁이'인지도 모릅니다. "거기 가지 마", "그거 하지 마"라고 하면, 특히 그렇게 경고를 받으면 가보고 싶고 해보고 싶어지는 게 소설가의 본성입니다. 소설가란 사람들은 제아무리 역풍이 불어닥쳐도 제 눈으로 직접 보고 제 손으로 직접 만져본 것만 진심으로 믿는 종족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까닭에 나는 여기에 왔습니다. 오지 않는 것보다 오는 것을 선택했습니다. 외면하기보다 무엇이든 보는 쪽을 선택했습니다. 침묵하기보다는 여러분에게 뭔가 말을 건네는 쪽을 선택했습니다. 

 한 가지만 말씀드리겠습니다. 개인적인 메시지입니다. 이것은 내가 소설을 쓸 때 늘 마음속으로 염두에 두는 것입니다. 종이에 써서 벽에 붙여놓지는 않았습니다만 늘 마음속에 깊이 새겨져 있습니다. 이런 말입니다.

 혹시 여기에 높고 단단한 벽이 있고, 거기에 부딪쳐서 깨지는 알이 있다면, 나는 늘 그 알의 편에 서겠다.

(중략) 내가 소설을 쓰는 이유를 요약하자면 단 한 가지입니다. 개인이 지닌 영혼의 존엄을 부각시키고 거기에 빛을 비추기 위함입니다. 우리 영혼이 시스템에 얽매여 멸시당하지 않도록 늘 빛을 비추고 경종을 울리자, 이것이 바로 이야기의 역할입니다. 나는 그렇게 믿습니다. 삶과 죽음의 이야기를 쓰고, 사랑의 이야기를 쓰고, 사람을 울리고 두려움에 떨게 하고 웃게 만들어 개개인의 영혼이 더할 나위 없는 소중함을 명확히 밝혀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것, 그것이 바로 소설가의 일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날마다 진지하게 허구를 만들어갑니다. (후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