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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學과 藝術의 뜰

친구가 전부인 시절 - '우리들'

 

보는 내내 안타깝고 벅차오르는 느낌을 억눌러야 했다.

담백한 화면 속을 섬세한 초등학교 3학년 소녀들의 날카로운 감정선이 계속 굽이지며 나아간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선'과 '지아'이지만, 나는 사실 '보라'라는 아이를 눈여겨 보았다.

 

처음부터 왕따로 나오는 '선'은, 사실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 선에서 왕따를 당할 만한 아이가 아니다.

부모님께 살뜰하고 어른에게 예의바르며, 동생에게 자상한 누나인 '선'은 어떤 어른이 보더라도

사랑스럽고 귀여운 학생인데, 어떤 이유인지 친구사이에 끼지 못한다.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선'이 왕따를 당하는 장면을 볼 때마다 너무 가슴이 아팠다.

 

 

'지아'도 방학 때에는 '선'과 잘 어울리지만, 개학을 하고 '선'이 왕따였다는 사실을 알고

이를 주도하는 '보라'의 주변 친구들과 어울리고 '선'을 멀리하기 시작한다.

 

그러다 원래 반에서 가장 공부를 잘하고 주목받았던 '보라'를 '지아'가 성적으로 추월하면서 주목받기 시작하자

'보라'는 다시 '지아'를 친구들과 함께 왕따를 만들고 배척하기 시작한다.

 

즉, 좀 거칠게 말하면 이 모든 친구들 간에 갈등의 원인과 시작은 '보라'이다.

어린 나이지만 욕망을 끝없이 추구하며, 자기의 성취와 인정받음에 걸림돌이 되는 존재를 배타시키는 존재.

 

오히려 어리기 때문에 더 순수하게 '악'성이 발편되고, 더 눈에 띄는지 모르겠다.

물론, 그 나이에 정작 본인은 그렇게 악하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있다.

화면 속에서 '보라'의 적어도 행동은, 표면 상으로는 그렇게 노골적이지도 악하지도 않다.

 

이런 점이, 윤가은 감독의 치밀하고 섬세한 부분이 아닌가 생각이 된다.

 

 

한시간 30분의 짧은 러닝타임으로, 많은 사람들이 이 작품을 보고 사랑해 주었으면 좋겠다.

어떤 스릴러 영화보다 박진감 넘치게, 감정선 만으로도 이렇게 사람을 요동치게 하는 작품도 드물 것이다.